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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Oct 16. 2023

*클났다

토닥토닥 나를 응원해(108)


참 별 별 짓거리를 다 하며 10월을 지나가고 있다.

시월은 축제의 달이라는 말에 걸맞게 사람들은 곳곳에서 술렁거렸고 예서 제서 굿판이 펼쳐졌다.


뒤늦게 시작한 시낭송이야 내가 좋아서 한다지만, 난데없는 광대놀음에 휩쓸려 요상한 가발에 몸빼바지 썬그라스까지 쓰고, 어릿광대춤판에 끼어 무대 위를 미친 척 뛰어다니기도 했다.

속으로 너무너무 어색하고 민망해서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행여 누가 알아볼까 봐 걱정도 되었지만 한 무리로 움직이니 그럭저럭 묻어갔다.

미친바람이 한바탕 지나가고~


토요일엔 전북펜문학(회장 이정숙)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동학농민운동의 발상지 정읍일원과 아나키스트 백정기의사의 문학관을 탐방했다.


백정기의사는 이봉창의사, 윤봉길의사와 같이 만주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활동한 독립운동가였지만, 두 의사에 비해 잘 알려지지 못한 전북출신의 애국투사이다.


*육삼정의거

1933년 조선무정부주의자(아나키스트)의 흑색공포단(비밀결사단)이, 주중 일본공사 '아리요시아끼'가 일본군 수뇌와 중국 친일 고관들을 모아 육삼정이라는 요리집에서 주연을 연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백정기의사는 제국주의의 원흉들을 몰살하기 위해 이강훈, 원심창 의사와 함께 폭탄을 품고 습격하였으나,일본첩자의 밀고로 안타깝게 붙잡혀 일본으로 끌려갔다.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34년 서른아홉 젊은 나이에 일본감옥에서 옥사하여 일본땅 장기형무소 부속묘지에 매장된다.


1946년에야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3인의 유골이 고국으로 돌아와

삼의사(효창공원)에 국가장으로 안치되었다.


이사하야 감옥에서 운명하기 며칠 전 함께 투옥되었던 이강훈의사, 원심창 의사에게 남긴 백정기 의사의 유언을 옮겨 적는다.


[나는 몇 달을 더 못살겠다.

그러나 동지들은 서러워 말라.

내가 죽어도 사상은 죽지 않을 것이며 열매를 맺는 날이 올 것이다.

형들은 자중자애하여 출옥한 후, 조국의 자주독립 겨레의 영예를 위해서 지금 가진 그 의지, 그 심경으로 매진하기를 바란다.

평생 죄송스럽고 한 되는 것은 노모에 대한 불효가 막심하다는 것이 잊혀지지 않을 뿐이고

조국의 자주독립이 오거든 나의 유골을 동지들의 손으로 가져다가 해방된 조국 땅 어디라도 좋으니 묻어주고 무궁화꽃 한 송이를 무덤 위에 놓아주기 바란다.]


전북출신의 애국투사 백정기의사의 유언을 읽으며 무언지 모를 뜨거운 것이 가슴에 요동쳤다.

백정기문학관 안의 현판들은 김대중대통령의 친필이라 한다.



지금도 땅속에서 뽀골뽀골 물방울이 샘솟는다 하여 '방울샘'이라 불리는 곳, 그 옆에 세워진

 '쌀의 집'도 둘러보고 점심식사는 예약된 식당으로 옮겨 전복돌솥밥으로 맛있는 성찬을 즐겼다.


점심식사 후 전남장성으로 이동, 예술조각공원과 임권택시네마파크까지 둘러보고, 너른 잔디밭에서 회장단이 준비한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뒤풀이 겸 이른 저녁을 먹었다. 좋은 안주에 이강주와 복분자술이 나오고, 분위기에 취해 못 마시는 복분자술 한 잔을 마신 나는 기분은 좋은데 열탕에 빠진 듯 숨 쉬기도 힘들었다.

전주까지 오는 동안 푹 잠을 잤다.


그러나 저러나 글은 안 써지고 마음만 둥둥 떠다니니  

아! 나의 시월아,

어쩌면 좋으냐?

클났다!!


.

곳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맛깔스런 설명을 해주시는 향토학의 대가 장교철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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