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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Oct 28. 2023

* 귀빈이 되어

군산-김천 예술교류 (110)

*쉼, 귀빈이 되어


어쩌다 늘 비켜가던 좋은 운이 내게로 살짝 방향을 틀 때가 있다.

1박 2일 귀빈대접을 받으며 편도 세 시간 이상 걸리는 경상도땅 김천으로의 나들이도 그중의 하나다.


문인들만의 나들이가 아닌 여러 분야 예총회원들의 경상도(김천)와 전라도(군산) 두 도시 간의 예술교류 목적이었다.

우리 문협에서는 전전날 시화작품 30여 점을 미리 보냈고, 미술협회 사진협회에서도 전시작품을 미리 보내서 김천의 작가들과 함께 전시회를 하게 된 것이다. 음악협회에서는 양쪽회원들이 참석하여 연주회를 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김천예총의 초청으로 군산에서 군산예총 황대욱 회장님을 비롯 23명 각 분야의 예술인들이 9시 30분 김천예총에서 주선해준 리무진으로 군산을 출발했다.


애초에 서른 명 정도를 초청했다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원이 축소되었고 문협팀은 다섯 명이 동행했다.

1박 2일간의 일상 탈출! 내겐 얼마나 금쪽같은 시간인가?


무조건 쉬리라! 집안 일과 어린 손녀를 돌보느라 끊임없이 되풀이되지만 티도 안 나는 노동의 손을 털고 나에게 찾아온 쉼을 기쁘게 누리리라.


세 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김천시의 예술인들은 정말 극진히 예를 갖춰 자매도시의 손님을 맞이하였다. 연배가 지긋해 보이는 따뜻하고 후덕한 풍모의 멋스러운 老신사 김천예총회장님의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직지사 일주문과 사찰경내의 끝없이 흘러넘치는 샘(중앙의 입구자를 중심으로 吾唯知足의 경구가 새겨있다)
직지사로 접어드는 일주문 앞에서
어느 세월에 우리가 이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으랴!


점심식사 후 직지예술공원을 거쳐, 신라 눌지왕2년(418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한 천년고찰 직지사를 둘러보았다.

직지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켜 국난을 퇴치하는데 앞장선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로 유명하다. 국보인 도리사 세존사리탑 금동사리함을 비롯해 국보 1점, 보물 13점, 유형문화재 1점이 있다고 한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여러 전각을 따라 돌다가, 나는 슬그머니 일행에서 떨어져 나와 공원길을 내려왔다.

혼자 가을 숲길을 거니는 호사를 오롯이 누리려는 속셈이었다.


이렇게 좋은 가을날~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좋았다. 혼자 걸어 내려오는 그 길이 참 좋았다.

더러는 빨강으로 노랑으로 곱게 물들어 있고,

많게는 이제 마악 몸 빛깔을 바꾸려는 나뭇잎들의 수런거림이, 쪽빛 하늘의 하얀 구름송이들이, 깊게 들이켜면 가슴 깊은 곳까지 찌르르 내리 꽂히는 산공기가 너무 맛있었다.


맑음에 취해서 발맘발맘 내려오다 보니 일행들이 혹시 찾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전화를 몇 차례 걸어보았으나 전화가 불통이다. 전화가 안 되는 지역인가 보다.

군데군데 노점상에 물어가며 버스가 있는 주차장까지 내려왔으나 아무도 없다.


가을이 고운 몸짓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저길 끝에 그대가 마중오시면 얼마나 좋을까?


그곳에서 일행 중 다른 한 분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다행히 나처럼 먼저 내려와서, 주차장에서 사찰 쪽으로 15분 거리의 백수문학관에 있다고 했다.

핸드폰의 만보기는 이미 일만보를 넘게 찍었고, 운동화를 신었지만 발바닥이 많이 아팠다.


내려온 일행은 아무도 없고, 되짚어 백수문학관(시조시인 白水정완영)으로 올라가서 오늘 과하게 부려먹은 발을 쉬기로 했다.

규모가 아주 아담하고 붐비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사람들이 드나드는 문학관에서, 곁에 있던 신 회장의 권유로 白水정완영 시인의 詩 두 편을 낭독하고 방문객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문학관 직원은 고맙다며 작은 선물도 챙겨주고^^


무려 2시간 반 정도의 걸음 품을 팔고, 공원입구의 호텔에 짐을 풀었다. 공연장에 들러 전시회와 공연을 보고 만찬장으로 옮긴다고 했다.


1인 1실~ 걸림 없는 하룻밤, 이런 호사가 없다.

지어진지 좀 오래된 건물이긴 해도 산속이라 공기 좋고 조용하고 깨끗하고... 너무 좋다.


예술회관의 규모가 군산보다 훨씬 컸고, 참여한 주최 측 회원들 숫자에도 조금 놀랬다.

인구 13만의 김천시, 인구 27만의 군산시인데, 김천의 문화예술활동에 지원하는 행사지원금과 참여 인사들의 면면이 많이 부러웠다.

경상도는 역시 전라도보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것 같다.

정신적 영역이야 절대로 뒤질 리 없다고 자부하지만!


1.김천예술회관 앞에서 무슨 귀엣말?                              2.3. 만찬장에서 공연


두 도시 회원들의 전시회와 환영행사, 만찬장으로 옮겨 다시 공연을 구경하고 9시 즈음해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너무 늦어져서 모두 배가 고팠을 것이다.)


숙소로 돌아와 가벼운 뒤풀이까지 마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왔다.

씻고 네 활개 활짝 고 푹신한 자리에 누웠으나 쉽사리 잠은 오지 않고, 조금 모자란 둥근달이 휘영청 높이 떠서 창문에 비춰 들고 있었다.

휘영청 밝은 달이 내 잠을 사르고


아침엔 이틀 동안 버스 옆자리 짝꿍인 후배 L시인과 공원으로 산책도 다녀왔다. 군산에서의 또 다른 예총행사에 쫓겨 서둘러 돌아와야 했지만, 나에게 주는 짧은 쉼에 만족한다.


아침 산책길에서~                                                                    공원입구의 장승어르신과  물가의 해국

오고 가는 버스에서 처음으로 마음문을 연 후배 L시인을 만난 것도 내겐 참 귀한 선물이다.

나이 많다고 밀어내지 않고 가깝게 다가와 주는 후배들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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