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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Dec 10. 2023

*옷깃을 여미듯

*군산문학상 수상자가 되어(119)


애썼다.

올해도 열두 달을 걸어오며 크게 휘청거리지 않고, 발을 헛디뎌 흙탕물에 빠지거나 넘어지는 일도 없이, 발자국의 무게를 가슴에 품어 안고 조심조심 걸어왔다.


특별할 것 없이 삭아가는 여자지만, 한 해를 돌아보니 꽤 많은 일을 치르고 견디며 나름 바삐 살아왔다.


칠십을 앞자리에 붙이면서 날마다 오는 무탈한 하루가 새삼 고맙고, 가속력이 붙은 시간에게 연민 같은 안타까움이 커간다.

하루라도 허투루 보내서는 안 될 것 같다.

제 멋대로 반란을 일으키는 몸뚱이도 살살 달래 가며, 까닭 없이 주저앉는 마음자리도 자주 살핀다.


앞서서 나이 많음을 깃발처럼 흔들며 눈총 받는 꼰대노인이 될까 봐 조심도 한다.

그러나 나이 먹었다고 자꾸 뒤로 숨어들 일 만은 아닌 것 같다.

늙어가는 것이 죄짓는 일은 아니잖는가?

낄 자리 빠질 자리 눈치껏 알아차리고, 불러주면 기꺼이 나서서 내 몫을 하리라 다짐도 한다.


그렇게 올 한 해도 혼자서 또는 어울림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연말이 가까워지며 한 해 동안의 실적물이 경연으로 발표회로 출판물로 시상식으로 줄줄이 이어졌다.



지난 토요일 올 한 해의 공식적인 문학지 출판과  문학상 시상식의 마지막 행사가 있었다.

제13회 신무군산문학상 시상식과 제40호 군산문학 출판기념회였다.


신무군산문학상은 군산문인협회가 주관하고 동우문화재단이 후원하여 올해 13회 차로 전국 공모를 통해 수상자를 냈다.

시 171편, 동시 동화 시조 18편, 소설 2편, 수필 5편을 놓고 엄정한 심사를 통해 대상과 본상을 뽑았다고 한다.

대상은 울산에서 활동하는 이충호소설가의 <말도, 아버지의 그 섬>,  본상은 군산에서 활동하는 전재복시인의 <할아버지팽나무의  큰기침>이 당선되었다.


고맙게도 나는 본상 수상자가 되어 단상에 섰다.

넘치는 축하와 부러움, 보이지 않는 시새움도 있었을 것이다.

타인의 좋은 일에 시새움을 갖는 것은 자신을 밀어 올리는 촉발제가 될 것이라 믿기에 그 또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한시예'시낭송 자축발표회만 앞두고 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나는 목필균시인의 '12월의 기도'를 낭송하며 반성문을 대신하려고 한다.

옷깃을 여미듯 겸허히 마음자락을 여민다.

.


*12월의 기도  /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머리칼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 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제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 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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