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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Dec 27. 2023

*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영화의 뒤끝(122)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영화의 뒤끝)-




반역과 혁명사이

궤도를 벗어난 수레는

과속딱지 없이

자유를 찾았을까


명분과 실리가

난삽한 춤사위로 헝크려져

지랄발광이었다


한줄기 섬광이 내리 꽂혀

명줄을 긋던 날

불춤으로 일어서다

스러지는 피의 꽃


움켜쥔 두 주먹에

웅크린 슬픔이 뜨거웠다

못내 서러운 우리는

한 핏줄 형제요 벗이었다


다시 철커덕거리는 베틀소리

떠도는 헛것들이 눈을 가리고

들끓는 소리에 고장 난 귓구멍으로

결 고운 비단을 알아나 볼까나


그림자에 숨어 실없이 떠드는 주둥이나

덩달아 들썩이는 어깨춤

다르다고 착각하는가


무조건 끄덕이는 대가리

도리질부터 하는 모가지

이렇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나도 당신도



*****************************

글로리아스, fire bird(불새) 꽃말:영광


시낭송을 하는 지인들과 단체로 영화관람을 했다. 누적 관객 수가 천만을 찍었다는 소문이 벌쭉한 영화였다.

나는 늘 정치나 종교에서 특정한 색깔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말을 삼가는 편이다. 어떤 분야든 전문가가 잘해주기를 바랄 뿐 전문성이 부족한 나까지 왈가왈부 소음을 보태고 싶지 않다. 내게 주어진 권리를 확실히 누리고, 주어진 책임을 충실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기 전, 이번에는 감정에 휘말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감정조절에 실패해서 민폐를 끼쳤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담담해야 한다고 스스로 경계했다. 그러나 막상 긴박하게 휘몰아치는 화면에 몰입하면서, 탄식과 꺽꺽 치받는 울음소리를 참을 수가 없었다. 옆에 앉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반응들이었다.

어떤 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하며 도중에 나가버리는 이도 있었다.


그랬다. 황정민이라는 배우 무슨 역이나 너무너무 잘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영화에서 너무나 연기를 잘한다.

화면 속으로 쳐들어가서 두들겨 패주고 싶도록 소름 끼치게 연기를 잘했다.

영화가 끝날 무렵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야, 아무개 나쁜 놈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내게 총이 있다면 화면에 총질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도리질해 피하고 싶은 참담한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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