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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Dec 30. 2023

*새해를 주시려거든

詩가 있는 풍경(123)

*새해를 주시려거든 /전재복




넓지도 않은 땅덩어리에

어디는 저수지 바닥이

늙은 나무 껍닥같이 쩍쩍 갈라지고

어디는 느닷없는 물폭탄으로

난리가 아니네요



묵은해 쓸어 담고 새해를 주시려거든

제발 그러지 마세요

비도 골고루 내려주시고

햇살도 적당히 보내주셔서

불쌍한 사람들 자꾸 울리지 마세요

벼랑으로 내몰지 마세요

피해는 늘

없는 사람들 차지네요

권력이든 돈이든 많이 가진 사람들은

하늘님도 살살 비켜 가더만요



섬기는 신이 딱히 없어서

그냥 하늘님 땅님 조상님께 부탁드려요

뭇사람들에게 가없는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는

예수님 부처님 성모님도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



나랏님 코빼기는 어디 붙었는지 몰라도

낮에는 일하고 밤 되면 잠자고

묵묵히 제 할 일 찾아 하며

거칠어도 먹을 수만 있다면

식솔들 뉘일 방 한 칸만 있으면

자식 커가는 재미로 살던 때가

태평성대라 하대요

콩 한쪽도 나누며 살았더래요



그런데 지금은요

가진 것은 너무 많은데

더 가지려고 눈이 붉고

남의 것도 뺏어다 제 앞에 놓느라

숨이 차대요



하늘님 땅님 그 밖의 전능하신 어른님

새해에는 사람들 마음속에

순한 강물이 흐르게 해 주세요

참지 못하는 조급함도 눌러주시고

벌컥벌컥 치솟는 분노도 잡아주세요

생명을 가볍게 여기지 않게 해 주시고

서로를 안쓰러이 여기게 해 주세요



첫  말문을 여는 갓난아기의 어휘처럼

간결한 말로도 소통하게 하시고

수없이 넘어지다 첫발을 떼는

환희에 찬 아이의 성취처럼

능력만큼 일하고

일한 만큼 인정받게 해 주세요

그러나 청년의 꿈은

드높고 멀리 가져도 다고

북돋아 주세요

.

.

https://youtu.be/22zwGNyRFhk?si=4cB4vqtXNcB7Hif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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