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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Jan 24. 2024

*설국을 누린다

*겨울왕국의 성주가 되어(130)

*설국을 누린다

연이틀 눈바람이 몰아치고 다시 설국이 되었다. 나는 겨울왕국의 작은 성 하나를 차지하고 눈부시게 펼쳐진 비경을 누리고 있다.


버스는커녕 승용차 한 대도 지나가지 않는 조용한 시골마을, 마당 끝 저수지에 떼 지어 날아온 오리들이 한가로이 노닌다.


나뭇가지 위에 무거울 듯싶은 눈꽃송이들은 바람이 알아서 한 번씩 세차게 흔들어 주고, 그때마다 잠깐씩 눈폭풍이 일어나면 나는 언젠가 보았던 영화의 장면 속으로 아련히 빠져든다.

아직도 한참이나 정신의 미숙아인 채로 겉모습만 삭아버린 나는, 따뜻한 거실에 앉아 대형창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내다보며 백일몽에 빠지고, 호위무사처럼 성을 둘러싼 나무들은 힘겹게 들고 있던 눈의 무게를 덜어내며 가벼워진 팔을 흔든다.


아! 참 편안하다. 무탈한 이 평온함이 참 감사하다.

간식거리를 챙겨주면 이제 은성이는 제 방에서 한참씩 혼자 놀 줄도 안다.


제주에서 직배송한 콜라비와 생고구마를 한 입 크기로 잘라 곁에 두고

누웠다 앉았다 게으름을 피워도 되는 이 여유로움이 참 좋다.


내일의 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한껏 게으름을 부리며 행복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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