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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Feb 04. 2024

*지치지 마라, 내 인생아

아직은 사랑해야 할 이유(134)


앞방죽에 떼 지어 날아온 오리들도 아침상을 물리고 일터로 놀이터로 날아간 모양이다.

이른 아침엔 물살을 간질이며 자맥질도 하고 미끄럼도 타고 시끌짝하더니 어느새 고요하다.


설거지 끝내고 남편이 만들어주고 나간 커피 한 잔 들고 창밖을 내다보니, 푸른 하늘에 산그림자까지 품어 안은 앞방죽물이 명경(明鏡) 같다.


오늘이 입춘! 겨울을 달래어 보내고 봄님이 들어선다는 날이니 얼마나 상서로운 날인가?

그래, 추위를 견디느라 모두들 애썼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아!



그제는 2주 전에 받았던 종합검진결과 의사상담이 필요하다는 안내에 따라 금식을 하고 9시 전에 병원에 도착했다.

위와 대장에서 떼어낸 용종 몇 개에 대한 설명과 간에서 보인 작은 이상소견도 아직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설명을 듣고 처방전을 받았다. 내친김에 지난번에 빠진 호흡기내과로 옮겨서 , 기관지, 천식까지 생리기능검사를 골고루 받았다.

처방전 받고 약국에서 한 보따리의 약을 받아 들고 나오니 오후 1시가 넘었다.

집에 돌아오니 우편함에 두툼한 건강검진 결과물도 도착해 있다.

펼쳐볼 여력이 없어서 한쪽으로 미뤄뒀다.


그리고 어제는 임실호국원에 계시는 시부모님을 찾아뵙고 왔다.

탁 트인 공간 수려한 풍경을 두르고 두 분이 함께 계시니 참 좋으실 것 같다. 살아계실 때도 부부금슬이 유난하셨으니...!


오늘 아침에야 밀쳐둔 건강검진 결과물을 꺼내 대충 넘겨보았다.

두께가 책으로 매도 월간지 한 권은 될성싶다.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람?'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친구 말을 듣고 , 좀 더 세밀하게 몸 상태를 알아보려고 패키지로 신청했더니... 정작 문제가 있는 것은 빼놓았는데도 읽을거리(처방)가 너무 많다.

칠십몇 해를 부려 먹었으니 아무 탈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하겠지.

없애버릴까 생각하다가 뭔가 궁금해질 때 천천히 읽어야겠다며 서랍 속에 집어넣었다.


마당으로 내려가서 생각 없이 바장거렸다. 발에 밟히는 마른 잔디의 폭신함, 바람 한 점 없이 따스한 햇살, 온화하고 부드러운 봄의 숨결이 온몸에 스며드는 듯하다.

내일 일은 내일에 맡기고 지금 누리는 이만큼의 평온이 참으로 고맙고 행복하다.


까똑! 사랑하는 제자가 보낸 우체국 택배가 도착한다는 문자다.

명절이 가깝다는 신호다.

아직은 사랑해야 할 이유, 감사할 일이 너무 많다.

지치지 마라. 내 인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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