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비전재복 Dec 08. 2022

*詩가 있는 풍경(14)

    - 절명의 꽃

*絶命의 꽃        /       전재복



찬비에 젖

진저리치며 목을 움츠린다

속 감기가 들려는지

뼈마디 욱씬대고

자꾸 미끄러지는 마음 빗장


때 없이 팔랑대는 나비 한 마리

오늘은 기어코 너를 홀리고 말리라

아니면 네게 빠져도 좋다


유혹하기로, 유혹에 빠지기로

헤설픈 늦장미의

웃음을 빌려다 걸쳤으나

춥다 소름돋게


그림 속 꽃을 연모한 네가

향기를 취할 수 없듯

바람에 목을 매어본들

날아가는 너를 따를 수 없다


여기까지다

우리 사랑은

잘 벼린 바람의 칼날에

붉게 지는 絶命의 꽃


***************************************


흔들리기로 작심하고 바람에 몸을 맡겼으나, 끝내 어느 곳에도 속할수 없음을 알았다. 부숴버리거나 부서져야 한다는 걸.....

스스로 목을 긋기로 한다.

絶命이다.


장미를 닮은 동백꽃은 장미처럼 지지 않는다.

삶을 구걸하듯 꽃잎 하나씩 구차하게 시들지 않는다.

온전한 한송이로 아득한 절벽을 뛰어내린다.


살다가 살다가 어느 순간 탁! 손을 놓아버리는 것, 궁상으로 시드는 것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작가의 이전글 *詩가 있는 풍경(1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