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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Dec 09. 2022

*시어머니께 꼭 하고 싶은 말

        -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15)


(동그만 발뒤꿈치도 미웠을 며느리)

평범한 얼굴이었고, 가녀린 체구에 너무 하얗고 창백한 얼굴, 힘쓸 일은 아무 것도 못 할것 같은 스물여덟 노처녀, 별볼일 없는 집안에 소녀가장인 여자~ 다만 교사라는 직업이 입맛에 당겨서 며느리로 맞았을 것이다.


그때 마흔 여섯 살이던 생기넘치고 멋쟁이셨던 시어머님은 같은 지역에서 중견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셨던 남편(내겐 한없이 따뜻하셨던 시아버님) 덕에 말발께나 있는 사모님들과 친목계라는 사교모임의 일원이었으니 한껏 뒤로 재낀 고개를 이해할 만도 하다.


그리하여... 77년 12월 24일 스물 여덟 살 노처녀는(그때 당시는 노처녀였다.) 같은 교직에 있는 키만 겅쭝하고 부모 말에 무조건 순종하는 4남매의 장남인 노총각과 중매로 결혼을 했다.


시댁에서는 문간방을 새로 도배하고 며느리를 한집에 들일 요량이어서 새로운 설계도 했을 터인데, 문제는 결혼하고 바로 임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이고, 이런 손으로 어디 살림이나 하겠나? "


결혼 전에 인사차 시댁에 들렀을 때 집에 와계시던 할머님께서 내 손을 맞잡고 하신 말씀이다.

그 말은 후에 들은 얘기로는 아이나 제대로 낳을까? 걱정하는 뜻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아이나 제대로 낳을까?'

맘을 졸인 것은 누구보다 내 친정어머니셨다.

당신이 열 일곱에 결혼을 하고 서른 두 살에 첫 아이로 나를 낳았으니, 딸이 당신을 닮아 아이낳는 일에 어려움을 겪을까봐 노심초사하셨는데,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자마자 아기를 가졌으니 어머니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때 남편은 섬지역에 근무를 하고 있어서 급작스런 환경변화와 너무 벅찬 신체적인 변화를, 남편도 없는 낯선 집에서 시부모 시동생 시누이들과 부대끼는 일은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일단 시댁으로 들어가는 일은 아기를 낳고 남편도 육지근무로 바뀐 뒤로 미루기로 하고 친정에 머물게 되었다.

체력도 약해 빠진데다 임신이라는 어마어마한 변화를 감당하며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과 극진한 보살핌의 덕분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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