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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Dec 11. 2022

*가슴아픈 혼수예단

    -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17)

(가슴 아픈 혼수예단)


나름 상류층 사모님들과 친목계로 엮여있던 시어머님은 첫 며느리가 해온 혼수  지인들에게 자랑하고 싶었을 게다.  그런데 형편이 넉넉치 못한 리 집은 그 욕구에 한참이나 밑돌았다.

장농 등 가재도구는 나중에 남편이 육지로 나오면 장만하기로 하고,  아기 낳을동안 친정에 머물기로 했으니, 새며느리방안 짐조차 간소하기 짝이 없었다.

예단이라고 아버님과 어머님께는 한복을 해드렸고, 두 시동생에게는 옷값을 조금 전했던것 같다.

시누이한테는 원피스를 해입으라고 옷감을 보냈다. 친정어머니가 맘 먹고 마련한 예쁜 남보라색(내 눈에만 좋아보였나 보다.) 빌로드였고, 같은 빌로드로 검붉은 색은 내 몫으로 준비했다.

나는 양장점에서 원피스로 맞춰 ,  입고 나갈 때마다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시댁에 갔다가 나는 숨이 막힐 것 같은 광경을 목격했다.

마루 한쪽에 놓여있는 다듬돌 밑에, 시누이 몫으로 보냈던 보라색 빌로드 옷감이 착착 접혀서 깔판으로 눌려있었다.

순간 내 몸이 다듬잇돌 밑에 깔린 것 같은  묵직한 통증과 모욕감이 머리 끝으로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나는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아무 것도 못 본 것처럼 머물다가 돌아왔다.


< 이렇게 예쁜 드레스가 되었을 보랏빛 빌로드>



한 번은  고향에서 친척 할머니가 오셨다 가시는데, 우리 집에서 시어머니께 해드린 한복을 한번도 입지 않은 옷이라며 내 앞에서 할머니께 드리는 걸 보았다.


혼수예단이랍시고 받은 것이 맘에 안 들었던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어떻게 예단으로 받은 걸 다듬잇돌 밑에 눌러놓고 깔판으로 쓸 수 있는지, 예단으로 해드린 옷을 며느리 보는 앞에서 남에게 줄 수 있는지...



배가 만삭이었던 어느 날, 마당보다 한계단쯤 움푹 들어간 부엌에서 밥상을 차려들고 토방으로 나오는데, 거실마루에 식구들과 앉아있던 남편이 상을 받으러 일어났다. 그때 어머니가 아들에게 눈을 흘기며 받지 못하게 하시는걸 보고 말았다. 엉거주춤 머뭇거리다 상을 받아주던 남편의 어색한 몸짓을 기억한다.


같은 지역에서 살았고 시누이는  중 고등학교 후배였으니, 나의 행적을 잘 알수 밖에 없었다. 가정형편은 어려웠어도 공부 잘하고 제법 똑똑했 여자, 게다가 선생질(?)까지 하니, 시집식구나 남편 우습게 알까봐 미리 기를 죽여야 한다고, 건너건너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기가 막혀 웃음밖에 안 나왔다.


늘 그랬던건 아니었을 테지만 왜 하필 섭섭했던 것만 또렷하게 남아서 두고두고 아프게 가슴을 찌르는지 알 수가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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