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잘 익어가는 중(185)
10월 12일 날씨도 참 쾌청하여 마음이 하늘에 닿을 듯한 날, 군산에서 또 하나의 잔치마당이 펼쳐졌다.
한국차문화 군산차인회 주관 제4회 차겨루기대회 및 차시음회가 이성당 앞 넓은 광장에서 열렸다.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총 열 팀이 참가했는데, 무대를 꽉 채우며 열띤 경연에 참가하는 어린 차인들의 진지한 모습이 사뭇 신선했다.
다(茶)도라 하면 의례 성인들이 우아하게 둘러앉아 차를 우리고, 향을 음미하며 차를 나누고 즐기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오늘 참여한 경연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성인팀은 두 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초등학생 중학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만큼 차인들의 저변확대가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초 중등학교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인성교육을 포함한 전통문화 등 다양성교육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참 바람직한 일이다.
근래에 다양한 K-문화가 세계를 열광케 하고 우리의 문화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제와 그제는 한 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알려지자 반가운 소식을 퍼 나르느라 언론 매체는 물론 개개인이 소지한 휴대폰이 들끓었다. 참 자랑스럽고 뿌듯한 일이 아닐 수없다.
이렇게 모두가 즐기고 반기는 가운데 '茶겨루기'라는 아직은 다소 생소한 대회가 열린다니 호기심이 생겼다.
올해로 네 번째로 열린다는데 전에 두어 번 구경을 나왔을 때는 차인들이 곱게 옷을 차려입고 시민들과 관광객에게 차를 시음하게 하는 자리였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 규모가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광장을 빙 둘러 차인들의 찻자리가 펼쳐져서 시민과 관광객에게 차를 맛볼 수 있도록 하고, 넓게 자리한 중앙무대 앞에는 심사위원이 네 분이나 앉아, 무대에 오르는 열 팀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보며 점수를 매기고 있었다.
우리 한국시낭송문화예술원(회장 채영숙) 회원들은 경연이 진행되는 동안, 식전행사부터 중간중간에 그리고 마지막까지 시낭송, 시극, 건번(입춤) 춤 시연까지 잔치마당의 여흥을 돋웠다.
50대부터 80까지 우리 회원들의 연령층은 다양하다. 서로 섬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한 우리는 친자매이상으로 관계가 끈끈하다.
앞서 4일 군산야행, 5일 군산항 밤부두 콩쿠르에 이어 이번 무대에 오르기까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고 지쳐있기도 했지만, 서로 부추기며 즐겁게 치러냈다. 모두가 고맙고 자랑스러운 가족이다.
이번 행사에 나 또한 링거를 맞아가며 시극, 시낭송, 춤까지 기염을 토했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니 일흔몇 나이쯤이야 뒷주머니에 처박아 두기로 했다.
가을 들판의 곡식처럼, 가을 산의 토실토실한 알밤처럼 우리는 알차게 여물어 가고 있다.
이만하면 잘 익어가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