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비전재복 Jan 03. 2023

*1월이 푸르다. 대나무처럼

   - 詩가 있는 풍경 (31)


*대나무 찬讚/ 전재복



마디를 치고

방 한 칸을 들인다


귀신도 넘보지 못하게

칸칸이 결계를 친다


끌어모은 정기

뱃심으로 두르고

유연하나

꺾이지 않는

결연함


땅 밑으로 욱여넣은 발톱

발등엔 푸른 힘줄 선명하다

든든한 뒷심으로

천공을 찌르는

저 손가락질


어디서 무엇이 된들

기쁘지 않으랴

해를 떠받치는 바지랑대

세월을 낚는 낚싯대

마음을 훔치는 퉁소소리


***************************************

하늘로 쭉쭉 뻗은 대나무를 바라보면 참 경이롭다.

다른 나무들처럼 둥치가 굵고 튼실하지도 않은 것이, 속이 차고 단단하지도 않은 것이, 겁없이 위로위로 치솟기만 하는데 큰바람이 불어도 끊어지는 일이 없다.

얼핏 보면 연약하여 쉽게 꺾일 법도 한데 잠시 휘어질지언정 쉽사리 꺾이지도 않거니와 사철 푸르르니, 옛 선비들이 사군자의 하나로 추켜주며 사랑하지 않았나 싶다.


흔히 대나무가 속이 비었다 하나 그건 틀린 말이다.  마디마다 얇은 막을 만들어 칸칸이 경계를 두어서 힘을 받게 한다.


나무도 풀도 아닌 것이 오만한 듯

다정한 듯 마음이 기운다.

1월이 푸르다.

대나무처럼 우뚝하다.


새로운 도전! 에그리나~

작가의 이전글 *토끼야 토끼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