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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었구나! 그게

어반스케치 도전(204)

by 봄비전재복

그랬었구나!

하고 싶은 것 중에 그림 그리기가 마음속에 있었던 것이다.


막연히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고 생각 속에 넣어두었었다.

그러다 몇 년 전 평생학습관에 등록해서 색연필 그리기를 한 학기(12주) 도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계속하지 못한 것은 스케치를 하는데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리고, 배우고 싶은 다른 것이 생겨서 그만두고 말았었다.


그러다 작년 연말에 어반스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마침 지인이 주민센터에서 스케치 공부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도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친절하게 이끌어주셔서 당장 1월 2일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2학년 손녀의 학습용품으로 사다 놓은 스케치북과 연필 한 자루, 지우개 한 개를 챙겨 들고 설레는 맘으로 첫 수업에 참가했다.


모두들 이젤 앞에 앉아 스케치한 그림에 수채화물감으로 색을 칠하는 선배들의 근사한 모습을 둘러보자니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 '괜히 왔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일단 시작해 보자 마음을 다잡았다.


첫날,

모두들 근사한 폼으로 이젤 앞에서 우아하게 붓을 놀리고 있는 그림선배들 한편에서,

나 혼자 정성을 다해 줄 긋기만 두 시간 동안 하고 왔다.

집에 와서도 저녁 내내 줄 긋기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혼자서 견본 그림을 보고 열심히 따라 그렸다. 육면체 원기둥 원뿔 등...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이 있는데, 행사 등 다른 일이 겹쳐서 1월 한 달 수업에는 네 번 밖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집에서 틈만 나면 스케치북을 펼쳐든다.


남편은 쉬엄쉬엄하라고 걱정하면서도 잘 그린다고 엄지 척으로 응원을 해준다.


집에서 그린 그림은 수업시간에 가져가면 선생님도 칭찬부터 해주신다.

다 늦게 어반스케치를 배우겠다고 나온 할머니학생을 응원하는 말씀이겠지만.


다음 주는 설연휴라 수업이 없으니 실질적으로 1월 수업이 끝났다.

4번의 대면수업으로 한 달이 끝난 셈이다.


나는 오늘도 어제저녁 연필로 대충 스케치한 그림 한 장을 펼치고 앉아 종일 혼자 놀았다.

수채화 물감을 아직 준비하지 않아서, 집에 있는 포스터칼라 물감으로 어설픈 색칠도 시도해 보며.


그림 보고 따라 그리기,

어렵다. 어려워!

그래도 아직은 너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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