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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Jan 08. 2023

*다시 그날에 선다면

     詩가 있는 풍경(34)

*다시 그날에 선다면 /전재복



검은 까마귀 하늘을 뒤덮고

피에 긂주린 이리 떼의 질주

지축을 울릴 때

삼천리 금수강산 도적의 발 아래

무참히 짓밟힐 때

울밑에선 봉선화는 서럽게 피고지고

겨레꽃 무궁화는 차마 눈을 떴으려나


조선의 정절을 유린하고

조선의 얼이 난자당할 때

하늘도 외면한 이 땅의 백성들

맨몸으로 이리 떼에 맞섰다 한다


손가락 마디를 잘라 태극을 그리고

뼈를 갈아 깃대로 삼고

손에 손에 구국의 깃발

목터지게 독립만세 외쳤더란다

무지비한 총칼에 맞서

맨몸으로 키운 애국의 불씨

삼천리 방방곡곡 들불처럼 번졌더란다

소녀부터 노인까지

아이부터 어른까지


이름없이 죽어간 영웅들이

목숨과 맞바꿔

지키려 했던 땅

어떻게 지켜낸 내 라였더냐


다시 그 날에 선다면

당신도 그럴 수 있겠는지

우리도 그럴 수 있겠는지

우리가 지금 무엇을 잊고 사는지

지금 우리가 지킬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물어볼 일이다

진심으로 가슴을 치며 물어볼 일이다.


          동영상 "다시 그날에 선다면"


12월 어느 추운 날 영화관에 가서 "영웅"을 보면서 감정을 주체치 못하고 소리내어 울고 나온 뒤, 한동안 그 때의 뜨거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가 그날에 서 있다면 나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무서워서 숨을 것이다"


마음은 전자이지만, 몸은 후자에 더 가깝게 반응할 것이라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래서 마음에 다짐을 두려고 몇 줄 글로 적어보았다. 내가 나에게 주는 경고로!


살만큼 살아온 마당에 大義名分 앞에 주저할 것 무엇인가?

애면글면 매달릴만큼 아까운 목숨일 것도 없는데...!

목숨맞바꿀 절대 가치의 그 무엇이 있다면 나서리라.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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