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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Jan 07. 2023

*눈 내리는 밤

    詩가 있는 풍경(33)

*눈 내리는 밤 / 전재복



송이송이마다

빛 하나씩 품은 눈송이들

소리도 없이 자꾸 내려쌓여

세상은 꿈결로 묻혀 가는데

맨발로 내달리는

마음을 풀어놓고

부신 눈빛에 눈이 멀겠네



포근한 눈발 속으로 잠겨드는

옛 이야기같은 마을 길

흰 사슴 소리 없이 걸어오고

뒤란 땅 밑 항아리에선

동치미 서걱서걱 맛나게 익겠네


*(제4시집'잃어버린 열쇠'에 수록)


*************************************


연이은 폭설이다. 눈은 한 자나 쌓이고 한낮의 미지근한 햇볕에 녹을 기미란 전혀 없어서, 쌓인 눈 위에 쌓이고 또 쌓여서 완전 설국이다.

시내 길이사 염화칼슘을 뿌려서 괜찮을지 모르나 시골 길은 그야말로 눈에 파묻혀서 소리마저 사라진 한 폭의 수묵화가 된다.


흰 눈 펑펑 쏟아지고 인적 끊어진 겨울밤, 함박눈 뒤집어쓴 흰사슴, 산토끼가 사박사박 마을 길로 내려올 것만 같다.


( 묵은 서랍을 뒤적이다가...)


재작년 오늘도 눈이 많이 내렸었나보다.

어젯밤 빗소리가 한참이나 들려서 

아직도 마당을 점령하고 있는 눈을 좀 녹이겠다 생각하며  잠들었는데...

아침에 내다보니 넓이가 좀 줄어든것 같지만 여전히 눈밭이다.  비는 조금만 내리다 말았나보다.

얼마나 많이 내려 쌓였던지  눈이 그치고 10여 일이 훌쩍 지났는데 앞산도 집 주변도 여전히 하얗다.

그냥 바라보기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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