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하고 놀기
책을 들어도 생각이, 눈이 자꾸 책 밖으로 도망간다.
군입정거리 챙겨다 놓고 TV를 보자니 볼 것도 마땅찮다.
에라! 할 일도 없는데 누워서 잠이나 자다가는(?) 자꾸 풍성해지는 중부지방을 더는 봐줄 수가 없고. 그래서 솔래솔래 재미 붙은 스케치북을 펼친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어찌나 열심인지 눈앞이 어릿어릿하고 어지러울 때도 있다.
1주일에 한두 번은 한의원에 가서 2시간 정도 침치료와 물리치료를 받는다.
피부 문제가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모양이지만, 더는 나빠지지 않으니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오라면 가고, 누우라면 눕고, 엎드리라면 엎드려서 수도 없이 침을 맞고 사혈과 부항을 뜨며 치료받는다.
늙느라고 참 애쓴다.
일주일에 한 번 강의하러 가고,
하루는 스케치, 젬배, 시낭송이 시간 차로 있는데, 컨디션에 따라 빠지는 날이 많다.
집에서 북을 두드릴 수도 없고,
시를 외우기도 귀찮고, 그냥 제일 늦게 시작한 그림이나 그린다.
그리고 한 달에 두세 번은 모임에도 얼굴 내밀어야 하고.
그러고 보니 꽤나 바쁜 척하고 산다. 뭐 심심할 일은 아직 없다는 얘기다.
몸이 꼬장 부리고 속 시끄러울 때,
혼자 스케치북하고 노는 것, 참 잘 시작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한다.
아직은 그렇다.
오늘이 3월 9일, 오늘까지 6장 그렸으니 3월도 열심히 했네.
아프지 말고(그건 맘대로 안되지만), 민폐 끼치지 말고, 짬짬이 글 쓰며, 우아하게 늙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