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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고 하는 일, 지레 죽겠네

쉽지 않다( 207)

by 봄비전재복


얼마큼 힘들면 죽는 건지 모르지만, 죽을 맛이 어떤 건지 알 수없지만 힘들다.

겉은 멀쩡해서 꼭 꾀병 부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작년 한 해 기침을 달고 사느라 많이 힘들었었다. 때로는 숨 쉬기조차 힘들게 몰아치는 기침으로 밤잠이 어려운 몇 날도 있었고, 목구멍에선 비릿한 피냄새와 누런 가래를 오래 달고 살았다.


약보따리가 쌓이고 양약에 지쳐갈 무렵 담방약과 한약이 동원되고,

감사하게도 새해 들어 기침이 잦아들더니 어느 날부터 기침이 딱 멎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싶더니 종아리에 좁쌀 같은 붉은 반점이 쫙 퍼져 올라왔다. 가렵지는 않았다. 없어지겠지 예사로 알았는데 양쪽 팔에도 같은 증상이 생기면서 가렵고 톡톡 쏘는 느낌과 열감도 동반되었다.

소변보는 일도 시원치 않더니 급기야 혈뇨가 비쳤다.

그때서야 피부과와 비뇨기과를 찾았다. 2주 정도 주사 맞고 약을 먹으니 방광염증세는 좋아졌는데 피부상태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유튜브 등을 찾아보고 한의원으로 방향을 돌렸다.

혈관염 - 면역결핍에서 오는 혈소판 감소, 약물중독, 알레르기 등 여러 요인에서 비롯된다 한다.


면역력보강을 위해 집중적으로 침치료가 시작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 침치료를 받는데,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일반침과 약침 사혈과 부항을 곁들이고 50여 개의 침치료와 물리치료를 받는데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반갑잖은 손님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누웠다 일어날 때, 고개를 돌릴 때, 주방에서도 급히 몸을 움직이면 어지럼증을 느낀다.

머릿속인지 귓속인지 모를 곳에서 끊임없이 울어대는 벌레들의 소음에 이어 어지럼증까지...

자연스럽게 최소한의 외출로 나를 묶어두고 집안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현재의 정확한 상태나 알고 싶어서 엊그제는 동군산병원에서 한나절을 혈소판검사, 소변검사, 신경과 진료를 몰아 받았다.

신경과에서는 어지럼증이 머리의 문제라면 MRA를 찍어봐야 안다 하니 우선은 미뤄 두었다.


그리고 어제는 어지럼증이 혹시 귀때문인가 싶어 이비인후과 개인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진료 의뢰서를 써주며 종합병원을 추천해 줬다.

가까운 종합병원에서 X레이와 청력, 이명, 이석증 등 정밀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오늘은 다시 한의원 치료 받는 날, 이틀간의 병원순례 보고와 함께 다소 긴 상담을 했다.


그리고 시작된 치료, 지금까지 받은 중에 가장 지치고 힘든 날이었다.

내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누운 자세보다 엎드린 내 모습은 고슴도치의 형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등판은 물론 특히 오늘은 어깨부터 목 주위, 귀까지 집중적으로 침이 꽂힌 것 같다.


에휴! 덜 아프며 살자고 하는 일인데 지레 죽겠다.


늦게 재미 붙은 그림도 밀쳐두었다.

어질어질~~~~


다음 주에는 이런 나를 데리고 남편은(아니 내가 한참 전에 자발적으로 손을 들었지만) 어디를 좀 다녀오려 한다.

설마 길에서 죽기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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