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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버리고라도(208)
*삭발하는 여자 / 전재복
사람들로 옹벽을 두르고
카메라의 응원을 받으며
두 남자가 삭발을 한다
그 옆에 얼굴빛도 고운
여자 하나도 삭발을 한다
두고 온 인연의 고리를 끊기 위해
촉촉이 젖은 눈매가
유난히 곱던
앳된 비구니승도 아닌 그녀
빛나는 그녀의 이력에
또 한 줄 보탤 무엇이 있는가 보다
세상은 두 편으로 나뉘고
죽여야만 사는 적군이 되어
날마다 송곳니를 드러내는데
머리칼을 버린다는 것은
여성성을 버리는 것이라는
꼰대 같은 내 눈에
그녀의 결기가 퍼렇다
여자를 버리고라도
지키고 싶은 무엇이 있는갑다
적으로부터 지키고 싶은
알 수 없는 무엇 하나 있는가 보다
가진 것 지우려고 삭발하는 여자
가진 것 지키려고 삭발하는 여자
세상 참 눈물겹다
탄핵, 계엄, 파면, 소추, 기각, 각하...
이런 말 모르고도 살았는데, 안 보고 안 듣고 싶어도, 눈만 뜨면 기염을 토하는 세상,
큰놈은 큰놈대로, 작은놈은 작은놈대로, 흰둥이 검둥이 얼룩이 짖어대니 세상은 울적하고 귀가 따갑다.
우리는 잃어버린 우리가 아프게 보고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