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너처럼(208)
*움트고 싶다 / 전재복
깐족대는 날라리 봄바람
잎도 못 단 가지마다
살곰살곰 간지럽힌다
긴가민가 연둣빛 스치는
마른 나뭇가지들 춤사위
빈 가지 먹잘 것 뭐 있다고
콕콕 쪼는 박새
똥이나 깔기고 가는 고 녀석을
손 놓고 바라보는
마당 끝 늙은 벚나무 하나
반은 죽고
반은 살아있던
봄이 깊어가도 기척 없다
비라도 좌락좌락 내리면
갈라진 입술새로 목 축이고
뾰조족 한 소식 전하려나
봄이면 부활하는 나무처럼
움트고 싶다 나도
초등교감으로 명퇴, 비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내세울 것 없이 수수하게 살아가는, 은성이 할미랍니다. 사노라면 가끔 마음껏 소리칠 대나무 숲이 필요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