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해서 부시리가 아니래요(213)
"오늘 저녁 뒷집으로 회 먹으러 오라네"
공길이(우리 강아지) 밥 주러 나갔던 남편이 들어오며 말한다.
"느닷없이 왠?"
"바다낚시 가서 대어를 잡아왔대"
저녁준비를 하려다 말고 은성이는 퇴근한 제 고모랑 밥 먹으라고 하고 남편과 둘이서 시간 맞춰 뒷집 아우님 네로 갔다.
바다낚시를 즐겨하는 태양씨가 간혹 횟감이나 매운탕거리를 장만해서 이웃인 우리를 부른다.
이번에도 손짓해 부를 거리에 사는, 미애씨네와 우리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이장부부도 전화로 불렀는데 다른 일이 있어 못 온다고 했단다.
안주인은 주방에서 저녁준비 하느라 분주하다.
뭐 거들 것 없는가 물었더니, 거들 일 없으니 밖에서 생선 손질하는 것 구경이나 하라고 밀어낸다.
밖으로 나가보니 낭만어부 태양씨가 마당 끝 수도장에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생선을 작업대에 올려놓고 해체작업을 하느라 힘을 쓰고 있었다.
"우와! 무슨 물고기가 이렇게 커요? 와! 굉장해요."
핸드폰 카메라를 켜 들고 다가선 나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미 생선 대가리는 잘라서 들통에 담아놓고 횟감을 뜨기 위해 밑작업을 하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실물로 이렇게 큰 고기를 본 적이 없다.
길이가 자그마치 120cm 라니 해체하는 일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이름이 뭐냐니까 '부시리' 라고 하는데 남쪽 바닷가나 제주도 지역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생선이라고 한다. 방어와 맛이 비슷한데 방어보다 기름기가 덜하고 고기의 식감이 아주 좋다고 한다.
"저렇게 튼실하고 실속 있는 생선 이름이 왜 '부시리'일까요?"
농담으로 물었더니 부실해서 부시리라고 한 것 같지는 않다며 웃어젖혔다.
매운탕을 하라고 뼈를 발라내고 몸통을 4등분 해서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준비한 식사테이블 한쪽에서 우리의 낭만 어부 태양씨가 능숙한 솜씨로 먹기 좋게 썰어서 접시에 담아낸다, 부시리 4분의 1마리만 가지고도 열 명이 먹어도 충분할 것 같았다.
복분자술이 나오고, 막걸리와 소주도 나오고 맛깔스런 밑반찬에 도톰하게 손질한 생선이 수북하게 두 접시 ~ 생선 안주에 술이 빠질 수없다며 술을 못하는 나도 달달한 복분자주를 섞은 막걸리를 두 잔이나 마셨다.
다음 번엔 우리 집에서 삼겹살이라도 굽자고 남편이 제안했다.
우리 마을 옥정리가 나는 너무 좋다. 색다른 먹거리가 있으면 서로 나누고, 흙 묻은 신발을 신고 가도, 집에서 입는 편한 옷차림으로 마주 앉아도 흉이 되지 않는 이웃,
이런 이웃이 있어서 너~무 좋다.
실컷 웃고 떠들고 배불리 먹고 일어서는데, 회덮밥 해 먹으라고 한 꾸러미씩 또 안겨준다.
나는 두 잔 술이 과했는지 다리가 휘청거려서 남편의 부축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행복은 크고 먼 곳에 있지 않다.
이렇게 사소한 일상 속에서 마음 길을 놓아가는 일, 이런 것이 진짜 행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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