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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건달의 멋진 인생

건강하고 달달하게(215)

by 봄비전재복

*유쾌한 건달의 멋진 인생에 박수를


벚꽃이 구름처럼 피어나는 4월 어느 날,

상수(常水) 이원희 수필가의 수필집 <멋진 인생 건강하고 달달하게>를 받았다.


몇 권의 읽고 있는 책들 위에 올려놓고, 쥐 소금 먹듯 아껴 읽었다.

상당 부분의 내용이 페북을 통해 읽었던 이야기인데도 여전히 새롭게 읽는 재미가 있다.


이원희 작가의 글의 특징은 무겁거나 심각하지 않다.

슬렁슬렁 가볍게 읽히는, 그러나 가볍지만은 않은 탄탄한 문장에는 깊은 사유와 철학이 담겨 있다.

곳곳에 징검돌 같은 웃음꼭지가 있어서 글을 읽으며 쿡쿡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데, 독자를 유쾌하게 만드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글이 그렇게 읽힌다는 것은 그의 삶이 밝고, 힘 있고 따뜻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30여 년간 군생활을 했고, 퇴역 후에는 산업현장과 군사학박사로 국방연구소 교수연구원을 역임하는 등 프로필도 만만치 않다.

그런 그가 2024년 수필가로 등단하고 인생 후반부를 작가로, 자칭 게으른 농부로 유쾌하게 허허실실한 삶을 엮어가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수필집 속에는 작가 이원희의 삶의 지표 '흐르는 물처럼 건강하고 달달하게' 건달로 사는 모습이 잘 담겨있다.


[You can like the life you're living

You can live the life you like.]

- Musical 'Chicago' -


당신이 살고 있는 삶을 좋아할 수도 있고, 당신이 좋아하는 삶을 살 수도 있다.

이원희 작가는 위 인용한 문장 뒤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삶이 좋고, 이런 삶이 내가 좋아하는 것인데, 그냥 이대로가. 참 좋은데... 제발 남은 인생 이대로만 같아라."

- '수박이 대박' 중 -



[자루엔 쌀 석 되

화롯가엔 땔나무 한 단

밤비 부슬부슬 내리는 초막에서

두 다리 한가로이 뻗고 있네]

< 양관선사>


지게 장단이 따로 있나? 빈 지게 지고 작대기로 목발을 두드리며 흥얼흥얼 장단을 맞추면 되지.

신명 나게 콧노래 부를 수 있다면 이 또한 멋진 인생 아니겠는가?

-육담스님의 빈 지게철학 중 -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논하며 물처럼 살고자 하는 남편과, 오랜 세월 묵묵히 견디면서 갈고닦아 윤이 나는 돌,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돌처럼 살고자 하는 아내(글 속에서 작가가 수없이 불러주는 애정 어린 이름 '짝꿍')~

이 부부는 모든 일을 함께 하는 것 같다. 일 할 때도 놀러 다닐 때도. 부부의 발길이 함께 향하는 곳은 참 다양하다.


글에서 읽기로는 골프를 치러 갈 때를 제외하고 늘 붙어 다니는 것 같다.

농사는 물론 문학, 미술, 영화관람, 여행, 문화재 탐방, 북토크나 인문학콘서트 등...


이원희작가의 문장은 아름답고 섬세하다.

기행문 형식의 현장 방문기가 많은데 그중 하나

'명재고택에 숨겨진 비밀'을 다시 읽어보기 권한다.

작가의 섬세하고 기품 있는 안목이 돋보이는, 미려한 문장이 실제 가보지 않은 곳도 마치 동행하여 직접 보고 들은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이원희작가는 짝꿍(작가의 아내)의 지적처럼 정말 대단한 분이다.

논문 쓰고 심사도 하고, 농사, 골프, 당구, 바둑, 책 읽고 수필 쓰고...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겠다.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임하는 멋진 인생의 주인공으로 보인다.


김형석교수처럼 백수건달 (백세를 넘어 수명을 다할 때까지 건강하고 달달하게)로 살기를 바라는 그의 바람이 틀림없이 이뤄질 것을 믿으며, 가까운 날에 부부작가 이기도한 두 분의 공동 수필집을 기대한다.


작가와 그의 친구들이 즐기는 건배사 '소취하 양취평'을 필자는 '소취하 당취평'으로 고쳐서 외쳐본다.


(소취하 당취평: 소주에 취하면 하루가 즐겁고, 당신에 취하면 평생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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