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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스케치展

노년의 시간(216)

by 봄비전재복


노년의 시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멈춰버린 시간일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깨닫습니다.

물론 젊은이의 시간과 같을 수야 없겠지요.

근육은 빠져나가고 뼈마디가 시큰거리고,

눈은 침침하고 여기저기 뜬금없이 아픈 곳만 늘어나고...

매사 자신감을 잃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없이 주저앉게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손 놓고 앉아 지난날의 추억만 뽑아 먹는다면...

막연히 죽음을 기다리는 허무한 시간이 되고 말겠지요.


아직은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굼뜨지만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 말하고 걸을 수도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아파 보니 알겠어요. 오늘 내가 누리는 이만큼의 건강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나이 70을 훌쩍 넘어서니 정말 알겠어요.

하루를 아무 하는 일 없이 보내는 것이

큰 죄라는 것을,

세상에 하나뿐인 나, 단 한 번 밖에 올 수 없는 오늘을 방치하는 크나 큰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힘이 닿는 만큼만 무엇이든 해보자

그래서 2025년 1월부터 새로운 무엇을 시작했어요.

언젠가 기회 되면 해보고 싶었던 수채화 그림 그리기.



나이를 먹으면 혼자서도 잘 놀아야 한대요.

누가 곁에 없어도 혼자서도 잘 노는 방법이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인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주민센터에 나가 친절한 선생님(류인하)의 지도를 받고, 대부분은 집에서 혼자 그립니다.



언젠가는 내가 쓴 글에 내가 그린 그림을 몇 장

곁들여 책을 만든다면 얼마나 근사하고 좋을까요?


오늘도 꿈을 그리 듯 스케치북을 펼치고

서툰 연필과 붓을 듭니다.



2025. 4. 21.(비) 옥정리에서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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