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렸어(217)
잊어버렸어 / 전재복
동백은 시들고
겹벚꽃 숭얼숭얼 달린 길
내려오다
가만히 손을 잡으며
언니...
펫시티(PET CT)랑 다 찍어봤는데...
말 꺼내려다 말고
잊어버렸어
그 말이 하기 싫은가 봐
다 잊어버렸어
얼마나 힘들면 그럴까
되묻지 못하고
속으로만 더듬어 보았다
그토록 오래
착하게 살았으니
이제 편해져도 좋으련만
아직도 험난한 파도를 타야 되는
그녀가 안쓰러웠다
밥 한 번 먹세
하룻밤을 묵힌 속엣말
문자로 보냈다
찢어진 가슴에
반창고 같은 궁색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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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든 상황이 되면 말을 입에 올리기 싫어진다.
때로는 그 부분만 똑 떼어내 지워버리고 싶기도 하다.
사는 일이 쉽지 않다. 그녀가 덜 힘들었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