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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과 오월

모두 행복해져라(218)

by 봄비전재복

사월과 오월~

제목을 쓰고 보니 고운 화음으로

맑은 노래 한 소절 귓가에 날아올 것 같다.

어쨌든 받침이 없어서 입술에 감미롭게 달라붙고, 싱그럽고 달달한 느낌이 먼저 내달아오는 사월과 오월!

특히나 오월은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연초록 풀내음이 혀끝에 핀다.


음력 3월 내 생일은, 양력 사월 말이나 오월 초에 많이 걸친다.

새 잎, 새 생명, 까닭 없이 기분 좋은 햇살과 초록이 가득한 계절,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리운 이 계절이 참 좋다.



하늘나라에 가 계신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정채봉>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잘 쉬어주니

컨디션도 싸목싸목 제자리를 찾아간다.

잠깐씩이지만 손에 잡히는 대로

책 저책, 책장도 넘겨보고,

손바닥 안의 정보도 느긋하게 들여다보고, 짬짬이 맨발 걷기도 하고...

그리고 그림을 열심히 그린다.


밑그림에 하루, 색칠에 하루, 사진 찍어보고 어색한 곳 다듬기 하루...

느리고 엉성하지만 집중하고 정성을 다하니 시간은 절로 간다.

스케치북 한 장을 채우는 데도

내겐 대단한 품이 드는 일이다.

눈도 어릿거리고 어깨도 아프고 상당히 피곤하다.

맘먹은 대로 그림이 되지 않아 속상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다시 연필을 잡고 붓질을 한다.


1월부터 시작했으니 공부를 시원찮게 했을망정 4개월이 지났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선생님께 설명을 들으러 가지만, 대답만 '예예~' 할 뿐 그림으로 연결되지는 못한다. 그냥 어렵다.

전문가가 되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니 그냥 그려나간다.


그런데 환장하겠는 것은 연필로 그리고 나서 색을 칠하려고 붓만 잡으면 똥칠!

그림은 미궁으로 빠진다.

어제도 그랬다. 스케치는 근사하게 한 것 같은데 색칠을 하다가 또 망쳤다.

결국 근사한 목재 테이블은 어둠 속에 뭉개져 가라앉고, 복숭아랍시고 그린 것은 정체불명의 열매가 되었다.



에휴!

그래도 무념으로 시간 보내기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잘 그렸던 못 그렸던 실적물이 쌓여가니 그 또한 좋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어린이날,

立夏, 세 가지가 들은 복된 날이다.

모두 행복해져라!

같이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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