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전대제의 제관이 되어서

亞獻官이라는 특별한 대우(219)

by 봄비전재복


*옥구향교 춘기 석전대제

2025년 5월 11일 10:30~

(옥구향교 대성전)

*祭事라기보다는 전통문화 계승행사 같은 것...)

전교님이 친필로 써서 보내준 아헌관 임명장(?)같은 것


십여 일 전쯤 옥구향교 노장용 전교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해마다 봄가을 두 번 열리는 큰 행사를 준비하는데, 이번 행사에서 중책을 하나 맡아 달라는 얘기였다.


멀지 않은 곳에 귀한 문화유산인 향교가 있었음에도 그곳에 향교가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 직접 가보지는 않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작년 봄 향교에서 큰 행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글감을 얻으러 간 것이 처음이었다.



역사드라마 속에서나 보았음직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엄숙하게 제례의식을 봉행하는 것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브런치와 페북에 글을 올렸고, 가을 행사 때는 전교님의 청탁으로 축시 한 편을 낭송했었다.

그리고 올봄 석전대제를 알리면서 특별한 제안을 하신 것이다.


남성위주의 유림에서 행해지는 큰 제례의식에서 아헌관을 맡으라니! 가당찮은 일이 아니냐고 했더니 흔한 일은 아니나 시대가 변했으니 여성도 제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지역의 원로시인이니 아헌관 자격이 충분하다고 권유하셨다.

특별한 우대에 나로서는 고맙고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행사 사흘 전에 전교님께 미리 연락을 하고 향교를 방문했다. 의관을 점검하고 당일 제사를 봉행하는 예법 등을 간단히 설명 들었다.


아헌관이 되어 대성전에서 제향을 드리는 모습


아헌관이 되어 대성전에서 제향을 올리는 모습


석전대제(釋奠大祭)는 옥구향교가 주관하고 군산시가 후원하는 큰 행사로 이 지역 유림들이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께 드리는 큰제사라고 한다.


옥구향교 대성전은 전라북도 지방문화재 96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이곳 옥구향교가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것은 공ㆍ맹자뿐만 아니라 단군을 모신 단군성조와 현충사, 최치원선생을 모신 문창서원 및 최치원선생이 어렸을 적 이곳에 올라 글을 읽었다는 자천대(정자)까지

향교 안뜰을 지나 낮은 담장너머 또 다른 마당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다.

한 번 걸음에 옥구향교, 단군성조를 모신 전각, 문창서원과 자천대를 두루 구경할 수 있는 멋진 곳이니 아직 모르는 분들에게 한 번쯤 다녀가실 것을 추천한다.

또한 수령이 오래된 배롱나무가 여러 그루 있어서 꽃이 필 무렵에는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향교는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지방의 교육기관이었다. 아울러 유교를 대표하는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인데, 이곳 옥구향교는 공자를 비롯한 안자, 증자, 자사, 맹자 다섯 성현과 우리나라의 성현 22인의 위패를 봉안하여 해마다 제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외삼문과 내삼문 사이의 널찍한 아랫마당에 천막이 쳐지고, 품계에 따라 색깔이 다른 관복을 갖춰 입은 제관들과 연옥색 도포를 입고 두건을 쓴 유림들이 바쁘게 오가며 제사를 준비한다.

여성회원도 세 분 있는데 옛날 복색으로 갈아입고 바삐 오가는 모습을 보노라니 사극을 찍는 촬영장에 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전교님을 비롯 많은 제관과 유림들이 집례관의 진행에 맞춰 정성을 다하며 경건한 몸가짐으로 제를 지내는 모습을 보기만 했는데, 오늘은 내가 직접 관복을 입고 제례의식에 동참했다.

약 한 시간 반정도 걸리는데 일거수일투족에 조심하고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AI가 상상을 현실화시키는 세상, 아쉬울 것이 없는 세상이 온다 해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기본은 仁義禮智에 바탕을 둬야 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가 아닐까?



오늘날 우리는 편리함과 실용성만 중히 여기고 정신이 너무 가벼워진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향교나 서원의 행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인간의 참 도리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봄은 어떨지 꼰대다운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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