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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Jan 18. 2023

*폐기물 처리장으로

    - 詩가 있는 풍경 (36)

*폐기물 처리장으로 / 전재복



흐린 세상을 헤쳐오느라

부대낀 눈

뜨고 있어도 감고 있어도

머릿속을 유영하는 헛것들이

둥둥 떠다니는

안개의 숲이다


줄기차게 따라붙는

이명耳鳴의 난동에

어질머리를 앓는 남루한 육신

아슬아슬 생의 모서리를

짚고 서있다.


내가 누구였더라?


자꾸 사위어가는 기억을 붙잡으려

허공을 움켜쥔 손

숨어있어도 좋을 퍼런 정맥이

물색없이 드러난다


어머니!

시시각각 물기를 거둬가는 당신에게서

왜 내가 닮은 꼴로 피어나는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폐기물 처리장으로 가는 길

쓰레기로 분류되거나

한 번 쯤 재활용으로 되돌릴지도

그러나

소각장 앞에서 잠시

형집행이 유예된다고

달라질게 무어람



********************************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는 것, 쓰레기로 분류되어 내몰리는 것, 지금 나는 1차 폐기물로 가는 중일까? 생각은 자주 뒤죽박죽 혹은 툭, 끊기기도 한다.

몇 줄의 글을 끄적이는 일도 낯선 벽에 무참히 막히거나 難航중이다.


어머님에게서 물기 말라가는 나뭇잎의 버석거림을 읽는다.

호흡은 가쁘고, 생명수인 양 자꾸 영양제를 찾으시는 어머니, 의사양반은 심장에 무리가 간다고 그마저 허락을 안 한다.


한집에서 밥을 먹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는데도 어머님은 이따금 다른 세상을 보시는 것 같다. 그런 어머님의 세 끼 식사를 챙기고, 방을 들여다보며 겉도는 오늘의 기분 상태를 묻는다.

징징징~~대답은 늘 어둡고 탁하다.

내 기분도 같이 추락한다.


어차피 우리는 같은 길로 가는 중이겠지?

폐기물 처리장으로 가는 길~

자존감에 크게 상처를 입는 일이지만 사실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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