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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Jan 22. 2023

*흔들리는 고향(설날)

    -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37)



새해가 밝았다고 덕담을 주고 받으며 해맞이를 하고, 시끌시끌하던 날이

스무날 정도 지났다.  달력으로 시작하는 새해맞이였다.

그리고 오늘, 우리의 고유명절 설날을 맞았다.

새해라는 느낌보다는 큰 명절이라는 의미가 더 커서 멀리 있는 친척이나 자손들이 고향으로 모이고,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나누며 세배를 받고 세배 돈(덕담과 복돈)을 건넨다.


칠십을 넘은 나이가 되고 보니, 내 고향은 이미 오래 전에 길이 사라지고, 내가 고향이 되어 있었다.

명절이 돌아오니 어김없이 사나흘 조금씩 물건을 사 나르고 손질하며, 명절 음식준비를 하고 있는 익숙한 모습의 내가 있었다.

그렇지! 내가 고향이니까.

때로는 귀찮고 짜증도 었지만 이젠 무던히 질이 나서 별 군소리 없이 마음의 군불을 지피게 된다.



며칠 전에 어머님이 병원에 입원을 하셔서 올 설날은 어른이 안계신 채로 명절을 쇠었다.

작년부터 뭐라 간섭을 안하시게 되었지만, 여전히 상을 차려놓고 어머님의 낯빛을 살피며 조심스러워 했었는데, 올 설날은 눈치 볼 어머님도 안계시건만 왜 맥이 풀리는지 모르겠다.

어른이 계신다는 건 보이지 않는 힘, 가볍게 흔들리지 않도록 무게를 잡아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사나 명절 음식의 가짓수를 줄인다고는 해도 50년 가까이 어머님에게 보고 배운대로 너줄한 상차림이 되고 만다.

딸은 제발 좀 줄이자고 하고, 나 또한 줄여야겠다고 말은 하지만 상을 차리다 보면 자꾸 채우게 된다.



차례상을 물리고 서둘러 아침을 먹은 뒤에 시동생네 싸보낼 음식을 싸고, 어머님께 드릴 과일을 준비해서 남편은 어머님께로 갔다.

병실에 가족들도 자유롭게 출입하지 못하니 영상으로 세배를 드리기로 했다.

한때는 너럭바위같이 든든하던 어머님이, 자식들의 고향이 되어 자리를 지켜주시던 어머님이 병실에서 명절을 맞고계신다. 이렇게 고향이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친정부모님 위패를 모셔둔 은적사에는 아들 딸 손녀와 함께 잠깐 다녀왔다.

핑계김에 잠시 맑은 공기를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벅스에 들러 선물받은 쿠폰으로 커피와 케잌을 사가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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