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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의 약속, 피어나다

옥구향교 목백일홍 아래서(234)

by 봄비전재복

*백일의 약속 / 전재복



노래라면 절창이로다

선홍으로 펼친 백일의 약속

발 묶여 천리길 닿지 못하니

님아, 어쩌란 말이냐

내사 서러워 어쩌란 말이냐


(2025. 8. 7. 목백일홍 아래서 글썽이다.)


마당 앞 방죽에는 연꽃들이 막바지를 향해 달리는 아침, 오늘이 입추라 한다.

절기로는 가을이 들어서는 날이라고 하는데, 아직 가을은 먼 것 같다.

징허게도 더운 올여름, 음력일망정 6월이 두 개나 들었으니 폭염에 폭우에 난리가 따로 없다.

그래봤자 지가 더우면 얼마나 더 길게 뻣댕길까마는...!


새벽 루틴, 마당 둘레 맨발 걷기 8천보를 완성하고 아침식사를 한 뒤, 뜨겁기 전에 얼른 다녀오마 하고 집을 나섰다.

며칠 전부터 옥구향교 배롱나무(목백일홍) 꽃이 한창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9시 3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각인데 주차장에 차들이 많이 들어차 있다. 무슨 행사가 있나? 의아해하며 들어가 보니,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이었다. 사진 찍는 사람들을 태우고 온 중형버스도 한 대 세워져 있었다.(차 옆면에 무슨 사진 동아리 안내문이 적혀있었다.)


진짜 카메라 장비를 세워놓고 전문가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어떤 이는 옛날 선비의 의관까지 갖춰 입고 모델처럼 향교전각과 꽃나무 사이를 누비고 다녔다. 그이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니고 찍히는 사람인 듯했다.

암튼 나는 그들과 떨어진 곳에서 화질도 시원찮은 핸드폰을 꺼내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아마도 8월 중순까지는 진분홍 저 꽃들이 피고 지고 또 피며 장관을 이룰 것이다.

향교와 서원과 누각 등 다양한 건축물이 담장 하나로 이웃해 있고, 수령이 상당히 된 나무 어르신 목백일홍꽃을 보고 싶다면, 군산외곽에 있는 옥구향교를 한 번 방문해 보시기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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