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비전재복 Nov 26. 2022

*낯선 나를 만날까봐

      -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3)

요즘은 자주 혼자서 깜짝깜짝 놀란다.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었는데 잊은 건 아닐까? 하고.

사소한 일도 핸드폰 일정표에 적어놓고, 눈에 잘 보이도록 달력에  적어두곤 하면서도 늘 내가 미덥지가 않다.

이렇게 적어놓고 잊지 않으려 하는데도 생각이 하얗게 지워지는 일을 근래에 몇 번 겪고나서는 부쩍 겁이 난다.


뜰에 있는 꽃과 나무들의 이름, 어딘가에 잘 보관해 놓았을 텐데 도무지 찾을 수 없는 물건의 소재, 아리송한 저 사람의 이름, 어제였던가 그제였던가 헷갈리는 시간, 드물게는 운전하다가 놓치고 당황하는 목적지...

어딘가에서 소리없이 망각의 회로가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는게 아닌지 불안하다.


어느 날, 어느 낯선 거리에서


"혹시 저를 아세요?"


묻고 있는 나를 만날까봐...


나이 칠십을 넘어서면서 가장 큰 걱정은 육신은 먹고 자고 활동할 수 있는데, 정신줄을 깜빡 놓쳐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올해들어 부 상태가 안좋아지신 시어머님을 곁에서 지켜보며 남의 얘기가 아닌 내 가족의 일, 아니 어느 날 그 사람이 나일수도 있겠다는 기가 막힌 일이 현실적인 무게로 나를 짓누른다.

귀마저 어두워져서 의사소통이 어려워진 어머님은 당신은 당신 할 말만, 우리는 우리 할 말만 공중에서 부딪치다가 사라진다. 아직은 그래도 초기라서 가끔 실수를 하시고 대책없는 심통을 부리기는 하시지만, 당신이 누구인지, 옆에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계시지만 분별력은 자꾸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된다.

멀쩡한것 같다가도 밤낮을 헷갈려하기도 하고, 매일 시간맞춰 드시도록 챙겨드리는 약도 몰래 어느구석에 모아 두고, 먹던 간식을 옷장 속에 넣어두기도 하신다. 끊임없이 매사가 못마땅해서 화를 내시기도 한다.

아흔 둘, 아니 두어 달 있으면 아흔 셋이 되시는 데도 틈만 나면 손거울을 들여다보시고, 얼굴을 또닥거리시고 화장을 하시는 멋쟁이 우리 어머님~  얼마 전에는 병원에 열흘간 계시다 퇴원하셔서는 없던 주름이 생겼다고 일삼아 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르셔서 얼굴이 벌겋게 부어올라 식구들을 놀라게 하셨다.


올 여름부터 사정사정해서 나가시는 노치원도 재미없어서 안가시겠다고 떼를 쓰신다. 그 이유인즉 늙은이들만 있어서 재미가 없다시니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온다. 당신 생각 속에 아직도 앳띤 새각시 쯤으로 머물러 계시는지...  



작가의 이전글 *삶을 낭비한 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