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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Jan 28. 2023

*허재비의 춤

    詩가 있는 풍경(40)


*허비의 춤 /전재복



나름 바쁘게

자주 기쁜 것 처럼

가끔 우아한 말 짓까지도

벅찬 주문을 받아들고

까짓것!

허세를 걸쳐 입는다


취하지 않고는 넘을 수 없는

망나니의 칼춤

번득이는 칼날 위로

눈부시게 뿌려지는

한 바가지 탁주라도 되고 싶었다


세상은 너무 잘났고

미쁨으로 넘쳤으니

헛것으로 버티는 남루를

견디기 어려웠다


피곤에 절어 돌아오는

하루의 끝은

늘 얼마큼의 슬픔

하루만큼의 허탈이

따라와 눕는다


***************************************


눈을 감으면 거대한 트럭이 무서운 속력으로 달려들었다.

그 공포를 벗어나기 위해서 사고가 났던 다음 날, 이를 악물고 남편의 차를 바꿔 타고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그길을 달려 출근했었다. 30여 년 전 일이다.


그때는 젊었고 세상을 마주하는 내 마음 또한 당당했다. 세상이야 알아주지 않아도 섣불리 타협할 줄 모르는 건방지고 당찬 여자였다.


그런데 지금 나는...


스스로 걸어보는 자기암시도

무너지는 자존감을 쉽게 일으켜세우지 못한다.

그리고 아주아주 가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지 않느냐는 은근하고 위험한 속삭임이 들린다.

애타게 붙잡고 싶은 그 무엇이 없어진 모양이다.


변함없이 내게로 오는 하루 분량의 책임에 기대어 사는 내가,  바람 따라 우쭐대는 허비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명있는 모든 것들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특별하고 공평한 시간에 감사해야 맞는 것일 테지.

무탈하게 누울 수 있는 오늘을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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