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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Mar 01. 2023

*2월의 손을 사정없이 뿌리치고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52)

한 사흘 빠졌다고 뭐라 하지도 않았다.

서른, 서른 하나 보다 여유가 있어서 괜찮다 그랬다. 앞니 두어 개가 빠진듯 헐렁한 구석도 괜찮다 여겼더니, 요녀석 어찌나 앙칼지게 물어뜯고 가는지 된통 혼쭐이 났다.

2월~ 요놈이 그랬다.


무겁게 침몰하는 집안공기에 깔려 허우적대는 마음을 먼저 읽고 알아서  무너지는 몸~ 며칠 째 뭘 먹으면 자꾸 가슴이 따끔거리고 뜨거웠다. 억지로  생트림을 뱉어내야 일시적이나마 속이 조금 편해졌다. 자꾸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2월 끝자락을 제대로 앓고 말았다.  

몸이 해체되려나 보다 싶을 정도로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고문 수준의 편두통, 뜨겁게 달구는 목젖, 눈도 뜨기 어려운 열감... 꼬박 엿새를 앓았다.

코로나일까 의심스러워 진단키트로 두 번이나 확인을 했지만, 다행히 음성반응만 나타났다.

그 와중에 어머님은 다시 입원하셔서 시술을 기다리고 , 삼일절 행사는 코 앞으로 다가왔다.


2월28일~ 어제보다는 나아진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든 마지막 리허설에는 뭉개진 모습이라도 보여야지 싶어 연습장소에 나갔다. 휘청거리는 다리와 배에 힘을 주고 일단은 서보기로 했다.

정 안되면 팀원들이 메꿔준다 했으니 해보고 뒤로 빠져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약간 잠기고 힘이 빠진 목소리지만 그냥 가자고 동료들이 감싸준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아! 그리고 한시예의 맏언니인 숙자형님이 나를 위해 흑임자깨죽을 정성껏 만들어오셨다.  속도 편하고 든든할테니 가져가서 먹으라며...  

늘 따뜻한 품을 열어 사랑을 주시는 피붙이 같은 분~ 눈물을 들킬 뻔 했다.


그리고 지금은 자정을 넘어가는 중이다.

맵고 쓴 2월의 손을 사정없이 뿌리치고 삼월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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