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비전재복 Apr 13. 2023

* 꿈자리

     詩가 있는 풍경 (65)


*꿈자리        

                               전재복




한밤중에

자다 깨어

왜 그대가 사무치게

보고싶을까

초저녁 선잠에

몹쓸 꿈을 꾸었나보다


그대가 나를 두고

아득히 멀어졌거나

내가 그대 곁에서

영영 떠나왔거나


흐느껴 울던

꿈자리가

몹시도 아팠던 모양이다

박제된 시간 속에서 조차

눈물자욱 흥건하다


.

***************************************

꿈속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껴 울다가 제 풀에 놀라 깨어났다. 줄거리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몹시도 안타까운 別離앞에 무너졌던 것 같다.

축축한 베개를 고쳐 누며, 나는 어떤  인연에 끄달리고 있는 걸까 헛헛한 가슴을 지긋이 눌러본다.


옛 시인은 다정도 병이라했다.

젊어서는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고, 받는 일에도 쭈뼛거리는 성격 탓에 다가오는  마음조차 밀어내기 바빴다.

이별이 두려워 미리 얼음벽에 갇혀 있거나, 이루지 못할 짝사랑으로 분류하여 알아서 폐기 처분하고 자물쇠를 채워버리곤 했다.

그러나 따뜻한 햇살과 바람, 은근하고 달큰한  빗방울은 잎눈을 부추기고, 달빛은 소리 없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가끔 계절의 틈새에서 몸살처럼 혼자 앓기도 했다.

생물학적 나이와는 무관하게...


그리고 올해 2023년 4월에는

꽃비가 내리는 환한 봄날, 한집에 모시고 살던 어머님이 그토록 그리던 아버님께로 곱게 날아가 사랑을 완성하시고, 당신의 금쪽같은 4남매 자식들은 미련 없이 돌아서서 제자리로 돌아들 갔다.

모두가 편안해 보여 다행이다 싶었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어머님의 빈방을 들여다볼 때마다 가슴 끝이 먹먹한 것은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흔적인 모양이다.

출퇴근할 때마다 할머니 방문을 열고 들어가 살갑게 인사를 하던 우리 딸도 아직 현관 앞에서 머뭇거리곤 한다.  어머님의 증손녀 어린 은성이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할머니 방으로 먼저  향하다가 돌아선다.

우리가 이러할때 어머니를 여읜 아들은 얼마나 상심이 클까 싶어 남편 앞에서 어머님 얘기를 꺼내기가 조심스럽다.


애도하고 위로해준 분들께 전화로 문자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어제는 동네사람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오늘, 마당 한쪽 빈자리를 메꾸려 농원에서 꽃잔디 판을 사왔다.

너무 티나지 않게 허전한 마음자리를 메꾸듯이 심어두고 보려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 *회사후소(거울 앞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