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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Apr 11. 2023

*회사후소(거울 앞에서)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64)


* 거울 앞에서

 내 방엔 시집올 때 장만한 좌식 화장대의 전신용 거울과, 빨간 손잡이가 달린 동그란 손거울이 있다. 젊어서부터 외모를 가꾸는 일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거울을 자주 보지는 않았으나 기본적으로 아침과 저녁 두 번은 거울 앞에 선다.

 젊은 날 나의 화장품은 로션과 립스틱이 전부였다. 나이 들어가면서는 타인에 대한 예의상 칙칙한 맨 얼굴로 나서기가 꺼려져서 로션을 바르고 선크림도 바르고 엷게라도 분칠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역병이 창궐하면서 마스크가 패션의 한 부분이 되고 외출할 일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로션 하나와 립스틱으로 후다닥 끝내버리던 거울 앞의 작은 수고마저 건너뛰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생략되는 립스틱-

요즘은 화장품을 바르기 위해 거울 앞에 서기보다는 사정없이 불어나 버린 몸매를 비춰보며 속상해하는 시간이 길다. 윤기도 탱탱함도 빠져나간 칙칙한 얼굴빛, 시골집 간장 항아리가 연상되는 펑퍼짐한 몸매, 각도를 바꿔 이리저리 살펴봐도 라인이 사라지고 후줄근한 아낙네 하나가 거기 서 있다.


어찌 되었건 날마다 한두 번씩 마주하는 앞모습이야 타성이 생겨서 그러려니 하지만, 전신 거울을 등지고 손잡이가 달린 손거울로 뒷모습을 보면서 울화가 끓어오른다.


회사후소(繪事後素)- 꾸밈보다는 바탕이 우선이라는 공자님의 말씀처럼 맑은 내면을 가꾸는 일에 힘을 써야 할 것이로되 생각을 담는 그릇도 이왕이면 보기가 좋아야 할 것인데 어쩌자고 싸우듯이 음식을 먹어 치우고 운동은 게을리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거울은 태양의 둥근 모양과 빛남을 본떠서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둥글고 원만하여 모남이 없고 어둠을 밀어내어 밝음을 표방하는 것이 거울이니, 그 거울에 시시때때로 자신을 비춰보며 겉모습뿐만 아니라 심성까지도 맑고 곱게 가꾸라고 만들어진 것이 거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담는 거울을 늘 맑게 닦아 흐려지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실수로 깨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물건이 거울이다.


 실은 우리의 삶 속에 거울 아닌 것이 없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며 스승은 제자의 거울이고,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며, 지도자는 따르는 사람들의 거울이다. 또한, 무심히 뱉어내는 말과 글은 그 사람 내면의 거울이니 어찌 언행을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렇게 유용한 거울도 잘못하여 금이 가고, 때가 끼고, 깨졌을 때는 보기 싫고, 무서운 무기가 되기도 한다. 어긋난 어른들의 행태가 아이들의 정신을 파괴하고, 잘못된 지도자의 판단이 국가와 국민을 위태롭게 하며, 책임 없이 뱉어낸 말과 글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기 때문이다. 거울 앞에 설 때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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