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낯설음에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보니, 처음부터 아예 포기해 버리고 마음을 닫는 경우도 많았다.
좀 더 넓은 세상에서 파도에 올라타지 못한 채 극히 평범한 삶에 안주하게 된 것도 낯설음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을 테지만 (결혼마저도 그 흔한 연애 한 번 못하고 스물아홉의 문턱에서 친척언니의 중매로 했음 ) 그렇다고 해서 내가 꾸려온 삶을 결코 후회하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런 길도 있었지?' 정도의 호기심일 뿐.
쉽게 나서는 편은 아니나 사소한 일일지라도, 나는 이것이 내게 주어진 몫이다 싶으면 기꺼이 최선을 다해 뻔뻔함도 극복하고 맡은 역할을 사양하지 않는다. 그리고 주어진 일에 정성을 다한다.
어제도 상당기간 연습하고 공을 들인 작품을 공개하는 행사가 있었다.
군산문인협회에서 주관한 시극을 '6월, 애국을 담다'라는 주제로 무대에 올렸다.(어린이공연장이기는 해도 제법 규모가 큰 무대)
삼일절행사 이후 약 2개월의 준비와 연습기간을 거쳐 마련한 행사였으나, 시극이라는 것 자체가 낯설어서 쭈뼛거렸다. 시를 낭송하는 것만이 아니라 과장된 몸짓이나 말투 등 연극적인 요소를 넣다 보니 어색하고 쑥스러워서 쉽지 않았다.
무대에 서는 출연진이 30여 명이나 되고, 세 파트가 각자 다른 주제로 다른 장소에서 연습한 것을 당일 한무대에 세우다 보니,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모두 최선을 다했다. 더군다나 무대예술과는 거리가 먼 순수 아마추어들이 일궈낸 처음 작품이었지만 나름 만족할 만한 평가도 뒤따랐다.
우리 사는 지역 군산에서 새로운 장르의 문화가 첫 개화를 한 것이다. 전문 배우가 아닌 시인과 낭송가들의 힘으로!
님의 침묵(3꼭지), 겨레의 혼(4꼭지), 다시 그날에 선다면(8꼭지)를 군산문협 회원인 박순옥, 권수복,채영숙이 연출을 맡고 역시 회원인 김영철 님이 총감독을 맡았다.
(우리 팀은 한시예의 대표이며 배우이고 낭송가인 채영숙 님, 다재다능한 배우이자 낭송가인 김성현 님 두 분이 명품연기로 견인차가 되어주었고, 역량 있는 연출가 김영철님의 지도가 큰 힘이 되었다.)
고맙고 황송한 것은 고명한 시인들의 빛나는 민족시 속에 무명의 시인인 나의 詩 <다시 그날에 선다면>이 한 자리를 차지해 무대에 올려진 일이다. 지역행사였기에 가능했고 내겐 행운이었다.
손잡고 함께 가는 한시예(한국시낭송예술원) 우리 동지들이 있어서 더욱 든든하고 고맙고 기쁘다.
낯설음을 받아들이고 뛰어넘어 한데 뒤엉크러져 출렁거려 본 색다른 경험!
비록 그 빛은 극히 미약하였으나 분명 빛나는 별이었다고 스스로를 토닥여본다.
"모두들 잘했어~~ "
그리고 별이라고 보아주시고, 별이 되도록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