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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Jul 29. 2023

*호우경보발효 중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95)


*호우경보발효 중  /    전재복


느닷없는 봉변이

어디 한두 번일까만 혼 빠지겄네

그만 좌정허시게

앉아서 숨 좀 돌리고

말 좀 세나


미친개 때려잡듯

쉴 참도 없이 펄펄 날뛰는가

후려치는 작대기질에

애먼 것들 다 잡겄


뒤집혀 성난 물길

논밭을 삼키고

살아온 터전이 뭉개졌네

핏발 선 눈, 타는 가슴

만 갈래로 찢어놓고


범람하는 흙탕물에

깡그리 휩쓸려가 잊힐 양이면

가난이 주는 설움도

까닭 모를 이놈의 분노도

항꾸네 쓸어가게나


차라리 칵 죽고자퍼

오죽하면 막말을 토할까


이보게 진정하시게

부표처럼 뜨는 저 벼포기

밭의 푸성가리

찢어지고 부러진 여린 것들

흙탕물에 재갈 물려

소리도 못 지르는

저들의 장례는 치러야제


아리고 쓰린 속 어찌 말로

기가 막혀 울음도 안 나오지만

떠난 것은 떠나보내세

사라져도 살아지덩만


이보시게 숨 몇 번 크게

우리 살아보세나

사라져도 살아지덩만


.

****************************************

(2023년의 7월은 비탄의 시간이었습니다.

유례없는 극한의 호우로 수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 삶의 터전을 잃고 슬픔에 잠긴 우리의 이웃들!

감히 어줍잖은 위로의 말도 조심스러워 이 글을 써놓고 몇 날을 서랍 속에 두었다가 이제야 꺼냅니다.  부디 이 아픔이 하루속히 아물기를, 다시는 이런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호우주의보가 호우경보로 바뀌고 , 물폭탄급 장대비는 아랫녘 윗녘 미친개처럼 휩쓸고 다녔다.

TV화면엔 쏟아붓는 비로 인한 피해상황이 처참하게 도배되었다.

도로가 끊기고 산사태가 나고 건물이 무너지고 댐이 넘치기도 다. 지하차도에 갇혀 어이없는 참사가 일어나고 많은 인명피해까지 속출하는 아수라지옥!

장대비는 폭도처럼 날뛰고 사람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자연재해 앞에 새삼 인간은 얼마나 힘없는 존재인가?

혹여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지는 않았는지, 알게 모르게 지은 죄가  얼마나 많기에 이토록 모진 매를 맞아야 하는지, 아무 것도 모르고 제단에 올려지는 희생양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너나없이 무릎 꿇고 죄를 고백하며 참회해야 되는 것은 아닐지...!

우리 모두 참 아픈 계절을 지나가고 있다.


(2023. 7.13~ 7.25 사나운 장맛비가 휩쓸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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