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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Jul 26. 2023

*수국을 닮은 꽃천사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94)


수국을 닮은 여자, 그것도 푸른빛 맑은 색깔의 꽃을 닮은 여자!

수많은 작은 꽃들이 겹겹이 서로를 받쳐주며 소담스런 한송이를 이루듯, 혼자 돋보이려고 튀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 소리 없이 든든한 배경이 되기를 자처하는 수더분한 그녀는 수국을 빼닮았다.


우리가 같은 지역 글벗으로 만나 동아리 활동을 한지도 십몇 년이 지났다.


2007년 옥정리에 집을 짓고 조경을 하면서, 농원과 꽃집을 겸하는 그녀 남편의 도움을 받았고,  심적으로 좀 더 각별한 사이가 된 것 같다.

아마 그 무렵부터 나는 그녀를 꽃천사라고 불렀던 것 같다.  

인터넷 어느 사이트에서 잠깐 만났을 때 닉네임으로 쓰던 그 이름을 우리 동인들 단톡방에서 불러주기 시작했다.


그때는 단순히 남편은 조경일을 하고 그녀는 꽃집을 전담하고 있어서 꽃천사가 썩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불러줬는데, 시간이 지나고 겪어보니 꽃천사라는 이름이 그녀에게 아주 딱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푸근하고 수더분하며 꽃을 나누고 베푸는 맘이 일상화된 사람,

가지고 있다고 다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생업인데...  그녀의 손은 언제나 나눔의 꾸러미를 준비하고 있었다.

밤낮으로 꽃을 돌보고 꽃 속에서 살면서 종내는 꽃의 마음이 되어버렸을까? 누군가의 기쁨이 되어주려는 마음이 참 순수하고 예뻐 보였다.


당골 한옥 카페

오늘은 꽃천사 선희님의 주선으로 근 30여 년간 만나지 못했던 조카를 만났다. 얼마 전에 소식을 전해줘서 전화 통화만 했었는데, 오늘은 셋이  만나 점심을 먹었다.


셋이 앉고 보니 저도 나도 세월의 더께가 두텁게 내려앉아 저는 내 얼굴에서 할머니(내 친정어머니) 모습이 보인다 하고, 나는 조카의 얼굴에서 외사촌 언니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한옥 카페 뜨락

점심을 먹고 성산 쪽에서 한옥카페를 한다는 조카의 집까지 방문했다.

너무 운치 있고 격조 있고 아름답게 가꿔진 공간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내 안에선 나도 모르게 걱정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평탄하지 못했다는 지난 시간들, 건강도 조금 안 좋다는 얘기를 흘려듣고 지레 걱정을 하고 있었나 보다. 그런데 막상 만나고 찾아와 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깊은 속내까지야 알 수 없지만. 잘 살고 있어서 고맙고 마음이 흡족했다.



오늘 받은 소국과 부래옥잠

모두가 꽃천사님 덕분이었다.

끊어졌던 다리를 놓아주고, 이산가족 상봉을 축하한다고 점심식사에 꽃다발까지 안겨주는 꽃천사님!  이런 사람과 가까이에서 교류한다는 것은 분명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언제 심었는지 모를 인연의 씨앗이 곱게 꽃으로 피어난 오늘, 나도 누군가에게 선한 인연의 씨앗을 나눔 했는지 헤아려 본다.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 서운할 일도 없다는 것을 먼저 마음 벽에 크게 걸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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