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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Jul 14. 2023

*비의 랩소디(Rhapsody)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93)

이건 분명 미친 몸짓이다. 미치지 않고는 저렇게 거칠고 사납게 퍼부어댈 수가 없다.

비의 랩소디라는 제목을 붙여 sns에 사진 두어 장 올리며 사전을 찾아보니, 즉흥적 격한 감정의 표현, 狂詩曲 등이 따라 나온다.


소리 없이 내려서 촉촉이 젖어드는 비의 발자국도, 토닥토닥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도, 주룩주룩 내리는 소낙비도, 심지어 저 거친 몸짓마저 비가 좋으니 내 안에 숨은 광기라도 있는 모양이다.


무섭게 쏟아붓는 빗줄기~ 어제오늘 어느 기상개스터의 말대로 물폭탄 수준이다. TV에서는 여러 지역 침수장면과 하천의 범람, 산사태와 붕괴장면 등을 보여주며 조심할 것을 당부한다.



오늘은 남편도 나도 외출약속을 취소하고 종일 집안에 머물며,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대로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나는 대형 창으로 무지막지하게 퍼붓는 비 구경이나 실컷 하면서 잠깐 비가 약해질 때 얼른 마당에 나가서 사진을 찍고 들어왔다.


비는 종일 내리고 시내 곳곳이 물난리를 겪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에 우리 집에 다녀간 지인들은 마당 앞 방죽물이 넘치지 않았는지 걱정하는 전화를 해온다.

다행히 저수지에는 만들 때부터 물너미장치가 되어 있어서 우리 마당이 잠길 염려는 없다. 다만 저수지 옆 도로 일부 구간이 물에 잠겨서 버스가 되돌아갔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폭설이 내리거나 폭우가 내리면 버스도 다니지 않는 동네에 산다. 우리 마을 옥정리~ 그 흔한 구멍가게 하나 없지만, 덜 세련되고 고즈넉함이 나는 좋다.



마당 앞 저수지는 산에서 도로를 타고 내려오는 물과 폭탄처럼 쏟아붓는 빗물을 감당해 내느라 허우적거리고, 방죽 가득하게 덮였던 연잎은 누런 흙탕물 속으로 처박혔다가 겨우 고개를 내밀었다가 다시 처박히느라 숨이 턱에 닿을 듯하다.

물이 적당히 빠져줘야 꽃대를 올리고 꽃도 필텐데, 잦은 비로 물 밑에 잠기기를 여러 번 해서 올여름 연꽃을 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바람 없이 내려서 다행이긴 하지만, 이제 적당히 좀 하지!

큰 피해로 이어지면 비를 좋아한다는 말도 맘 놓고 못 하잖아~






*비 /천양희


쏟아지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구에겐가 쏟아지고 싶다

퍼붓고 싶다


퍼붓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구에겐가 퍼붓고 싶다

쏟아지고 싶다



(어쩜 그리 내 맘 같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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