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글쟁이
2023년 5월 30일에 '브런치 12개월 차의 글 리뷰'글을 통해 브런치스토리 시작 후 만 1년 동안의 생각과 통계수치를 기록했다. 나에게 브런치스토리란 항상 정리해 놓고 싶었던 기억의 파편들을 모아두면서 작가라는 타이틀도 덤으로 얻는 보람된 활동이었다.
그렇게 초기엔 3개월씩 근황을 보고하듯 정리 글을 올렸지만 1년이 지나고 나니 꼭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일하게 댓글을 남길 수 있게 허가해 둔 '내 글을 리뷰하다'라는 매거진에는 댓글이 없었고 그간의 리뷰 글들이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글이 업로드될 때마다 항상 읽어 주는 구독자들과 '좋아요'를 눌러주는 20~30명 내외의 찐 팬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현 상황에 만족하였다.
이제는 리뷰주기를 늦추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마술로 '옷은 많을 필요가 없다'라는 글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한 것이다. 무난하던 브런치스토리 생활에 파문을 일으킬 돌이 떨어지니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글 제목이 15개월도 18개월도 아닌 17개월 차의 글 리뷰가 되었다.
예순다섯 번째 글 '브런치 12개월 차의 글 리뷰'는 브런치 작가활동 일년동안의 생각과 통계수치를 기록한 글이다.
예순여섯 번째 글 '누구에겐 가고 싶은 곳, 누구에겐 떠나고 싶은 곳'은 지난봄의 가족여행 셋째 날에 구시대 유물이 된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를 방문하여 느낀 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순일곱 번째 글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는 10대 시절 나의 모습'은 친구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의 차이를 기록한 글이다.
예순여덟 번째 글 '천사의 사치품'은 내게 최고의 과일에 대한 글로서 작년에 써놓고 1년을 더 벼려서 내놓은 글이다.
예순아홉 번째 글 '사원은 사원의 일을 본부장은 본부장의 일을'은 신입사원 시절 상사와의 생각의 차이에 대한 글이다.
일흔 번째 글 '현업자가 보는 프리랜서 경영컨설턴트의 장단점'은 올해 경영지도사로 활동을 시작하는 분들을 보면서 컨설턴트라는 직업의 현 위치와 장단점을 적은 글이다.
일흔한 번째 글 '사소한 칭찬이 사람을 바꾼다'는 대단치 않다고 생각한 일에 칭찬을 받은 경험을 적은 글이다.
일흔두 번째 글 '현대자동차 밈과 웃음 가득한 아침'은 최근 뜨는 밈과 초등학생의 반응을 적은 글이다.
일흔세 번째 글 '지금 가장 부러운 사람과 올여름 나의 숙제'는 성취감을 느끼며 날로 성장하는 내 주변의 한 사람과 그에게 부러움을 느끼는 나의 이야기를 적은 글이다.
일흔네 번째 글 '새내기 대학생 앞에 덩그러니 놓인 자유'는 고3의 압박감을 벗어나 자유를 맛본 대학 1학년의 생활에 대해 적은 글이다.
일흔다섯 번째 글 '텃밭 수박과 부모의 기대'는 기대하지 않던 것에 기대를 가지게 되면서 벌어진 이야기이다.
일흔여섯 번째 글 '쏟아지는 햇빛에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그날아침'은 사직서 제출의 해프닝을 적은 글이다.
일흔일곱 번째 글 '전교 1등의 기억이 내 인생에 미친 영향'은 전교 1등을 어떻게 했는지 그게 나를 어떤 사람이 되게 했는지를 쓴 글이다.
일흔여덟 번째 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은 재취업을 하려던 30대 초반의 이야기이다.
일흔아홉 번째 글 '폭염이 한창인 날 예산시장에 가서 든 생각'은 과거의 시장과 지금의 시장의 차이를 돌아보는 글이다.
여든 번째 글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는 생애 처음 공황을 경험한 이야기이다.
여든한 번째 글 '두 번째 10km 달리기 대회'는 대학시절 첫 번째 달리기 대회 이후 10년도 더 지나서 참여한 두 번째 달리기 대회에서의 모습을 적은 글이다.
여든두 번째 글 '털은 이제 더 이상 나에게 우열감을 주지 않는다'는 성장이 늦던 시절의 솔직한 생각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든세 번째 글 '옷은 많을 필요가 없다'는 옷방을 정리하면서 얻은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든네 번째 글 '그해 가을, 대학축제에서 얻은 것'은 능동적으로 참여한 축제에서 얻은 것에 대한 내용이다.
여든다섯 번째 글 '휴대전화를 바꿀 수밖에 없던 이유'는 최근 휴대폰을 바꿀 계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든여섯 번째 글 '코카콜라 생수와 함께한 기차여행'은 인도니까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사건에 대한 글이다.
지난 리뷰까지 조회 수가 가장 많던 '6개월도 안 되는 사이에 차 2대를 폐차시켰다'가 2위로 내려오고 '옷은 많을 필요가 없다'가 6만 뷰를 넘어 1위를 차지했다. '요새 만두 잘 나오는데 뭐 하려고?'가 3위이다.
구독자도 늘어서 5개월 전 110명에서 현재는 160명이 넘었다. 매번 리뷰에서 구독자수를 밝힐 때마다 몇 명이 구독을 취소하는 일이 발생하긴 하지만 이 글을 업로드하는 현 시간 기준으로 164명이다.
작가의 서랍에 저장글이 24개가 쌓여 있다. 지난번 20개에서 늘어나기만 한다. 온전히 못 풀어낸 이야기가 많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면서도 숙제가 쌓이는 것 같아 부담이 된다.
마지막으로 이 얘기는 꼭 하고 싶다. 실없는 사람 같지만 나는 지금까지 브런치스토리에 써 둔 내 글을 너무 좋아한다. 내 글을 읽어주는 구독자분들께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살지만 사실 내 글의 가장 큰 팬(Big fan)은 나 자신이다.
업로드할 때가 아니라도 가끔씩 브런치스토리에 접속하여 어떤 알림이 왔는지 누가 '좋아요'를 눌렀는지 살펴본다. '좋아요' 누른 사람을 확인하고 나서는 그 글을 클릭해서 또 읽는다. 읽다가 수정할 것이 나오면 생각해 뒀다가 다음에 또 읽으면서 나온 것들과 함께 한 번에 고친다. 고치는 건 한 번이지만 퇴고는 5번이 넘는다. 글을 써서 올릴 때 하는 퇴고 10번에 업로드 후 퇴고 5번을 더하면 내 글을 15번은 기본으로 본다. 거기에 시간이 흐르고 누군가가 또 '좋아요'를 누르는 옛글이 있으면 들어가서 또 본다.
볼 때마다 재밌다. 내가 재밌어야 남이 재밌는 글이겠지만 이건 정말 나를 위한 글쓰기가 아닌가 싶다. 자유로운 형용사 활용, 보석같이 발굴한 신선한 단어, 예상치 못하게 터지는 반전이 주는 즐거움이 있는 글들은 내게는 아직은 먼 나라 이야기이다. 간결하려고 노력하는 글, 앞뒤가 맞고 더하고 뺄 것이 없는 글, 최대한 한자어와 영어를 자제하지만 필요할 때는 사용하는 글, 내가 느낀 감정을 독자가 느끼도록 필요한 설명을 넣은 글, 이것이 나를 말해주는 글이다. 이런 글을 나는 늘 보고 또 보면서 즐거워한다.
첫째가 지금 둘째 만할 때 도서관에서 하는 오프라인 글쓰기 강의를 들었다. 그때 한 분이 내 글을 읽고 소감으로 한 말이 생각난다.
"저는 OO님이 매주 써오는 글을 읽을 때마다 소소하면서 생각할 것이 있어서 참 재미있어요. 언젠가 책으로 나온다면 살 것 같아요."
발표하는 자리에는 칼날 같은 지적을 해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런 따뜻한 말을 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네, 저도 제 글이 재미있어요. 정말로요. 내 글이지만 책으로 나오면 사서 읽고 싶을 정도예요.'
그때 나의 속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