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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Jbenitora Jun 25. 2024

스마트폰과 휴식의 상관관계

탕에 들어갈 때 스마트폰을 가지고 간다면

세상엔 수많은 휴식법이 있다. 나에게 그중에 가장 좋은 것은 뭐냐고 물어보면 망설임 없이 목욕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기에 집에서 걸어갈 만한 위치에 목욕탕이 있는 목세권에 사는 것이 꿈이다. 연 회원권을 끊어두고 매일 하루를 시작할 때 가서 오늘 계획을 짜거나 저녁에 가서 반성과 감사의 시간을 갖는 것은 생각만 해도 설렌다.


주말에 부모님이 애들을 봐주신다고 하시어 두어 달만에 목욕탕으로 향했다. 본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목욕탕이었다.

"남자사우나 한 명이요. 얼마인가요?"

"팔천 원입니다."

"페이로 계산할게요."

"네 결제하면 말해주세요."

늘 하듯 앱을 켜서 바코드 결제를 하고 3층의 남탕으로 올라갔다. 토요일 오후라 탕이 한산했다.


챙겨 온 칫솔과 때타월을 꺼내고 스마트폰을 챙겼다. 원래 탕에는 폰을 들고 들어가지 않는데 오늘은 들고 들어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이 방수가 되니까 탕에서 못 챙겨본 최신 뉴스를 검색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뉴스를 전부 보고 나면 pdf 파일로 받아 둔 e북을 봐도 좋을 것이었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늘 하듯 온탕에 몸을 담갔다. 뜨뜻한 기운이 온몸에 퍼졌다. 원래라면 전신을 담그고 천장을 보며 누워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할 텐데 내 손엔 스마트폰이 들려있었다. 인터넷 기사를 살펴보았다. 물기로 인해 화면이 잘 눌러지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볼만했다. 그렇게 보다가 몸이 더워지면 냉탕으로 이동했다. 기기의 발열이 걱정되긴 하였지만 사우나에 들고 들어가기도 했다. 땀을 빼면서도 눈은 계속 화면을 보고 손가락은 호기심을 끄는 기사를 클릭하고 있었다.


'벌써 이렇게 되었어?'

어느새 한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미뤄두었던 유머게시판의 게시물 일주일분을 섭렵했다. e북을 꺼내볼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다.

'이것만 보고 책을 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또 30분이 흘렀다. 손은 폰이 목욕탕 바닥에 떨어져 깨지지나 않을까 붙들고 있고 눈은 화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사우나와 온탕이 몸을 이완시키는 곳이었는데 폰을 잡고 있는 동안은 폰의 안녕이 걱정되어 몸이 더 긴장될 뿐이었다. 폰을 보며 냉탕에서 온탕으로 가다가 뒤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답답한 듯 앞질러가며 내손과 살짝 부딪혔다. 속도는 느려도 조금만 기다렸다가 지나가면 될 것을 쌩하고 앞질러 가는 그를 보며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하지만 불필요한 부딪힘의 원인을 내가 제공한 것 같아 가만있을 수밖에 없었다.


휴식과 정보습득을 동시에 해 보려는 노력은 시간 낭비가 되어 끝났다. 폰을 들고 있다면 목욕탕에서도 SNS의 폐해는 어김없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1시간의 폰보기를 끝내고 옷장에 휴대폰을 넣어두었다.


폰을 넣어두고 온탕에 다시 몸을 뉘었다. 천장을 보고 누워 지난주를 돌이켜보니 빠진 업무가 생각났다. 머리에 새겨두고 다음주 할 일을 생각하며 정리해 나갔다. 온탕을 나와 사우나에 들어가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내가 세상에 어떤 가치를 주어야 할지를 생각하다 보니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조만간 적용해 볼만했다.


그렇게 폰을 놔두고 또 한 시간을 목욕탕에서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왔다. 다이어리에 아까 생각한 내용을 정리하였다. 뿌듯하였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던 1시간 30분은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아까웠다면 멍하니 생각만 하던 뒤의 1시간은 너무 보람된 시간이었다.

'그래, 이 맛에 내가 목욕탕을 다니지.'


"앞으로 폰을 들고 탕에 들어가나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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