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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Jbenitora Apr 09. 2023

바탕화면의 안 쓰는 아이콘들을 날려봅니다

 "컴퓨터가 왜 이렇게 느려?"

컴퓨터의 전원버튼을 누르고 부팅이 될 때까지 한참을 앉아 있었다.


 컴퓨터의 사양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산지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내 PC와 동급 사양의 PC가 게이밍 PC로 팔리고 있었다. 사양이 문제가 아니라면 컴퓨터에 깔린 잡다한 프로그램이 문제였다. 와이프가 사용한다고 깔아놓은 업무용 프로그램과 온라인 뱅킹을 위해 깔아 둔 통합설치 프로그램, 한 번도 쓰지 않으면서 혹 해서 깔아 둔 에디터 추천프로그램까지 온갖 것들이 있었다. 바탕화면을 점령한 수많은 아이콘들과 용량이 수백Gb는 족히 되는 게임들도 한 몫하는 것이었다.


 항상 애들 장난감이 널브러져 있는 평일날의 우리 집 거실이나 내 컴퓨터 바탕화면이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거실은 와이프가 주말마다 한 번씩 정리라도 하지 컴퓨터는 몇 개월 아니 몇 년째 정리를 하지 않았다. 한 번씩 하드웨어에 쌓인 먼지 터는 것엔 신경 쓰면서 프로그램 정리는 늘 후순위였다. 다들 그렇듯 늘 쓰는 프로그램만 쓰기 때문에 딱히 불편하지도 않았다.


 그런 와중에 어느 순간부터 빠릿빠릿한 느낌은 사라지고 윈도창이 뜨는 게 굼떴다. 램을 정리하는 프로그램도, 윈도와 각종 프로그램의 업데이트도, 디스크 조각모음도 모두 해봤지만 전부 의미 없었다.


 '결국 이 방법을 써야 하나?'


 불현듯 20대 초반 밥 먹듯 컴퓨터를 조립하고 윈도 OS(operating system)를 깔 던 때가 생각났다. 윈도 95, 98이 대세이던 그 시절에는 OS를 깔 때 한나절은 생각했어야 했다. 부품별 최신드라이버를 직접 찾아 깔아야 했고 OS에 오류도 많아 잘 진행되다가 블루스크린이 뜨기도 했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까는 일도 다반사였다. 윈도 XP를 거쳐 윈도 7에 와서는 OS가 알아서 드라이버들을 찾아주기 때문에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열정이 없어서 OS 재설치는 남이 해주면 가장 좋은 일 중의 하나였다.


 OS 다시 까는 귀찮음보다 컴퓨터의 버벅거림을 참아야 하는 도가  커진 상황이 되어서야 윈도 10 부팅 디스크를 만들었다. 중요한 파일들을 이동 디스크에 백업했다. 전송속도가 빠르다는 usb 3.0 사용해도 프로그램 크기가 커서 그런지 시간이  걸렸다. 백업이 끝나고 부팅디스크를 본체에 꽂아두고 메인보드 설정화면에서 부팅 우선순위를 USB 맞춰 두었다. 재부팅을 하니 윈도가 알아서 깔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번 꺼졌다 켜지더니 C드라이브가 깨끗한 상태로 윈도 10 모습을 드러냈다.


 윈도는 마우스 클릭에 빠릿빠릿 응답했다. 인터넷 창은 바로 열렸고 유튜브 영상  개를 띄워도 문제없이 재생했다. 조금 전만 해도 다리가 불편해서 목발에 의존하던 사람이 금세  나아서 100m 달리기 선수가  느낌이었다. 빨리 결정을 내리지 않고 미적거린 세월이 아쉬울 정도였다.


  후로 6개월이 지났다. 쓸데없는 프로그램은 되도록 깔지않았기에 컴퓨터는 여전히 빠릿빠릿하다. 다만 PC바탕화면의 아이콘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세어보니 83개의 아이콘들이다. 파일들을 정리하면서 쓰기로  반년 전의 다짐은 어디에 가버렸는지 찾을  없다. 불편함이 없다고 기적으로 정리를 하지 않으면 이전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일상을 살아가며 정기적으로 정리 정돈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 굉장히 불편해졌을 때 억지로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몸과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잠을 자는 것이고 다음 식사를 위해 설거지하고 그릇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미루면 분명히 탈이 나게 된다.


 오늘은 컴퓨터 바탕화면의 안 쓰는 아이콘들을 날려버리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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