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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Jbenitora Jan 23. 2023

가상 화폐 열풍의 끝에서 생각해 보는 투자의 위험성

 2016년 소형가전제품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업체로 이직을 하고 나서 회사 옥상을 자주 올라 다녔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모이는 옥상은 정보의 보고(寶庫)였다. 담배 연기를 지독히 싫어하였지만 빠른 적응을 위해서는 휴식시간마다 부서원들과의 옥상 나들이가 필요했다. 바람의 방향을 보고 연기를 피해 서있어야 하는 수고가 있었지만 의도는 정확히 맞아서 옥상에서 만나는 다른 부서원들과 금세 친해졌고 회사의 사정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직원들은 담배를 피우면서 여러 얘기를 하였지만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가장 열띠게 얘기하였다. 매주마다 복권을 사고 있다는 얘기, 와이프 몰래 숨겨놓은 용돈으로 취미용품을 사겠다는 소소한 얘기부터 어느 곳이 택지지구로 개발된다느니, 어떤 주식이 오른다느니 하는 거시적인 얘기까지 다양하였다.


 그해 가을이 되니 옥상 대화 중에 비트코인에 대한 얘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조금 사놨는데 지금 엄청나게 오르는 중이라고 하였고 사람들은 그에게 어떻게 코인투자를 하면 좋은지 물었다. 부동산과 주식 모두 젬병이었던 나는 코인 역시 아무 지식이 없었기에 활황이라고 무턱대고 코인시장에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 게다가 아이가 어리고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투자할 여유자금도 없었다. 같은 자리에서 유심히 그 이야기를 듣던 모 과장은 그날부터 자신의 월급에서 일부를 떼서 코인을 시작했다.


 2017년 코인 광풍이 불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모 과장은 10배도 넘는 이익을 봤다. 그는 코인의 신봉자가 되어있었다. 그가 조금씩 용돈으로 투자한 금액이 뻥튀기되자 이런 시장이 실제로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동시에 거품처럼 부풀다 터져버릴 것 같은 불안감도 들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아 코인 광풍은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코인이 완만하게 오르던 2015년, 16년 초에 샀던 사람이라면 손해까지는 보지 않았을 테지만 한참 고점이던 2017년 이후에 산 사람들은 2018년이 되자 작년 최고점에 비해 20% 수준이 되어버린 코인을 보며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 당시 가상화폐의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추세를 보면 2016년에 평균 1 비트코인(BTC)이 1,015 $(미국달러)였다. 2017년에 19,800 $ 까지 올라갔다가 2018년에 3,768 $로 주저앉았다.


 가상화폐가 미래의 통용화폐가 될 것처럼 치켜세우던 뉴스는 1년 만에 기조가 바뀌어 연일 투자 실패자들을 비추며 코인이 끼친 악영향에 대해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코인으로 재미를 봤던 모 과장은 번돈만큼 까먹었다며 허탈하게 웃었지만 용돈으로 투자한 것이라 큰 타격은 없어 보였다. 정작 코인 가치 하락의 큰 불똥은 우리 가족 주변에 튀어있었다.


 2019년이 시작되고 얼마 안 된 어느 날 와이프가 밤에 전화를 한통을 받더니 처가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이런 일이 도통 없었기에 뒷덜미가 서늘했지만 아내를 보내고 어린 아들과 놀아주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다 아이 챙기느라 못 물어보고 저녁이 되어서야 퇴근한 와이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장모님이 늦은 시간에 부르는 일이 거의 없는데 무슨 일 있어?"

"아니, 큰 문제는 아니고 상의할 게 있어서 불렀데."

"일과시간에 하거나 저녁 먹을 때 하면 될 얘기라면 야밤에 불러 따로 하실리는 없잖아?"


 나의 추궁에 망설이던 와이프는 얘기를 꺼냈다. 처남이 코인에 투자를 해서 2억 이상을 손해 봤다는 것이었다.


'우리 처남이 투자를 해서 이 정도로 손해를 봤다고?'


 평소 처남은 알뜰하게 생활하는 착실한 사람이었다. 비싼 , 비싼 음식을 먹을 기회가 있어도 일부러 소박한 옷과 소박한 음식을 고르고 남은 돈 모을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처남을  때마다 돈을 모으기만 하지 말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돈은 아끼지 말라는 조언을 하고 있었다. 30대에  들어서는  시점에 커리어 지도를  그리면 나중에  보상이 돌아온다는 것을  경우를 빗대어 설명해 주곤 하였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그의 사정도 무리하게 투자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는 얼마  결혼을 했고 신혼집을 산지얼마 안 되었다. 연봉을 높여 이직을 하였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적응하고 있었다. 그런 처남이 코인을 통해 막대한 손해를  것은 상식밖에 일이었다.


 알고 보니 처남은 전에 다니던 회사의 직원들과 옥상 대화를 나누면서 코인 투자에 대해 들었고 나와는 달리 여윳돈을 조금 투자해서 이익을 보았던 것이었다.  투자에 자신감이 생긴 처남은 코인의 시장성을 과대 판단했고 자고 일어나면 2배씩 오르는 고무적인 결과에 모아둔 예금에 빚까지 내어 투자를 했다. 소위 레버리지 투자를  것이었다. 코인 상승장을 믿고 무리하게 대출을 내서 투자를  것은 코인이 급락장이 되자 그를 옮아매었다. 주변 사람들은 모르게 끙끙대며 대출 이자를 갚아나갔지만 매달 받는 용돈으로는 턱도 없는 금액이라 카드깡과 대부업체까지 손을  수밖에 없었다. 연봉이 높은 기업으로 이직을 해도 홀로감당이 되지 않자 결국 부모님께 사실을 털어놓았고 맏딸인 아내도  밤에 불려 갔던 것이었다.


 처남은 투자 손실로 인해 큰 좌절감에 빠져있었다. 그가 벌인 일은 황당 그 자체였지만 근 1년을 홀로 마음고생한 것을 보니 딱하고 안되어 보였다. 이후 가족들은 어떻게든 돈을 마련하여 빚을 갚아주었다. 다시는 도박과 다름없는 이런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처남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아직 아이가 없던 처남네는 두 사람이 맞벌이로 열심히 돈을 모아 가족들에게 받은 돈을 갚아나가기로 하였다.


 글로벌 팬데믹이 휩쓴 2020 이후 3년간 코인은 다시 광풍이 되어 불었다가 다시 잠잠해졌다. 비트코인의 추세를 다시 살펴보면 2019년에 7,175$ 였던 가치가 2020 말에는 역대 최고가를 다시 갱신해 29,664$ 기록. 이런 폭주는 2021 4 12일에 70,170$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야 멈췄다. 이후 다시 급격히 빠져 3$ 대까지 내려갔다가 2021 11 12일에 64,400$ 다시 찍고는  하향하고 있다. 2023 1 22 기준으로22,961$이다.


 코로나로 실물경제가 굼뜨게 움직이는 동안 가상경제에 돈이 몰렸고 20년과 21년은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의 최고 호황기가 되었다. 22년에 기나긴 코로나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자 그동안 풀렸던 돈들이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냈다. 인플레로 인해 삶이 팍팍해지자 사람들의 투자 의욕은 꺾였고 가상 시장에 몰리던 돈이 다시 현실 경제로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고점에서 가상화폐에 무리하게 투자한 사람들의 몰락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유튜브와 SNS 온갖 투자 성공 신화가 넘쳐나던 20년과 21년에 분위기에 취해서 했던 투자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20 명이 넘는다는 통계자료를 보면 남일 같지 않다.


 이 상황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투자에 실패를 했다고 해서 인생을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패를 잘 극복한다면 더 단단하고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만약 투자로 인해 엄청난 손해를 보았는데 혼자서 끙끙대고 있다면 빨리 가까운 사람들과 상의하여 돌파구를 마련하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개인채무조정이나 개인회생, 파산 신청을 통해 구제를 받아야 한다.


 앞으로도 코인이 아니더라도 새롭고 가능성 있는 투자시장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그때 흥분을 잠시 누르고 능력 안에서 투자하길 바라며 처남에게 한 조언의 핵심인 투자의 3원칙으로 마무리한다.


1. 자신의 능력을 올리는 데는 돈을 아끼지 마라.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의 전문성을 올리는데 버는 돈의 20%를 써라.)

2. 투자는 여윳돈으로만 해라.

   (투자가 실패해도 일상이 지장을 받으면 안 된다.)

3. 장기적으로 보고 투자를 해라.

   (최소 10년을 묻어놓지 못할 곳이라면 투자판이 아니라 도박판이다. 널뛰기를 하는 코인시장이라도 여윳돈으로 장기 투자를 한 투자자라면 5년 전인 2018년에 투자를 했다고 가정할 때 2023년 1월 현재 6배의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10년 전에 투자하였다면 2013년 4월에 135$였으니 못해도 150배의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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