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어느 날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집에서 출발하여 아이들을 등원시키는 길이었다. 막내를 등원시키고 첫째를 등원시키려고 평소 가는 길로 가는데 길 가운데서 승용차 한 대가 후진 주차를 하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서 주차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평소 안 가던 그 윗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그 골목에는 쓰레기 차가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었다. 한 집 한 집 서서 쓰레기봉투를 싣는데 거북이걸음이 따로 없었다. 허탈함에 헛웃음이 났다.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졌다.
'포기하면 편안해지는구나!'
이왕 늦게 가는 것 조바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늦게 간다고 혼낼 사람도 없고 아이도 아빠와 함께 차에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려 골목을 빠져나왔고 첫째를 등원시켰다.
살다 보면 굳이 빨리 가지 않아도 되는데 조바심이 날 때가 있다. 동기가 승진을 했다더라, 누가 어떤 대회에서 상을 탔다더라, 주식을 해서 돈을 벌었다더라와 같이 남들이 이뤄낸 성취를 보고 그런 경우가 많다. 남이 이뤄놓은 것이 나와 상관이 없어도 배가 아프거나 부러운 것이다.
부럽다고 해서 내가 그걸 단기간에 이룰 수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 사람이 성취하기 위해 들인 시간만큼을 오롯이 들여야 나도 이루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하고 살 수는 없다. 나와 맞지 않는 것,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멋져 보인다고 욕심을 내면 마음만 어지럽고 성취는 멀다.
대학교 4학년 1학기에 많은 동기들이 토익 점수를 대기업지원 커트라인 이상으로 올렸다. 취업은 생각지도 않던 나도 그걸 보고는 토익 공부를 시작했다. 단기간에 점수를 200점 이상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방학 동안 단기과정을 듣고 여가 시간에는 이어폰을 꽂고 영어만 듣고 다녀도 2달 공부해서는 점수가 오르지 않았다. 결국 대기업 입사지원 찬스는 날아갔다. 물론 취업 생각은 없었기에 그리 아쉽지는 않았지만 목표한다고 단기간에 무언가를 얻는 것은 안 되는 일임을 잘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목표 토익점수는 언제 달성했느냐?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뒤에야 달성하였다.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데 욕심만 앞선 것이었다.
욕심만 앞서 빨리 가려는 경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당장 차를 몰고 도로에만 나가도 과속방지 카메라가 없으면 쌩쌩 규정속도 이상으로 밟고 가다가 빨간색 신호등에 막혀 서있는 차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게 되면 정속으로 가는 차와 시간 상으로 별 차이도 없는데 몇 분 빨리 가보겠다고 가속과 감속을 마구 해댄다. 기름은 많이 먹고 운전만 험해진다.
세상은 내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언제나 Plan B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며 그것은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조바심을 내려놓는 일 그것이 오히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