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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부러운 사람과 올여름 나의 숙제

by CJbenitora

주변 사람들의 생각은 전부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주관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편이다. 공부를 하면서 몰입을 해보았고 어떻게 하면 더 공부를 잘할지도 알고 있다. 지식을 알아가는 것이 어릴 때부터 재미있었고 사회가 세워둔 시험이라는 벽도 마음만 먹으면 통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 내가 어릴 때 PC가, 성인이 될 즈음에는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학구열을 불태울 환경이 마련되었다. 손가락 하나로 알고 싶은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마음만 먹으면 각종 책을 볼 수 있도록 작은 도서관들도 주변 곳곳에 생겼다.


지식이 갈수록 차올랐다. 내가 흥미를 가지는 고전이나 게임, IT기기와 같은 지식이 전문가 수준이 되었다. 대학교에서 배우는 지식 역시 갈수록 쌓이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취직을 하기 위한 지식일 뿐이라 쌓여도 늘 겉돌았다. 흥미가 있기보다는 배워두면 남으려니 하며 배우는 지식이었다.


취직을 하면서 실생활에 지식을 녹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이 공감할 거라 생각하지만 일하면서 그렇게 고차원적인 지식을 쓸 일이 잘 없었다. 중학교 때 배운 지식 정도면 대부분의 일은 중간이상 할 수 있었다.


나는 서서히 지식보다는 경험을 더 쌓고 싶어졌다. 회사의 루틴 한 생활이 몸에 배자 회사를 그만뒀다. 세계여행을 하고 싶었다. 영어를 조금 공부하고는 호주로 떠났다. 1년 반이 넘는 해외경험을 하고 인도에서 한국으로 입국했을 때 더는 해외 생활에 취미가 없어졌다.


내가 진정하고 싶은 분야인 지식서비스 분야로 이직을 했다. 그렇게 경험과 지식을 쌓은 후 마지막으로 제조와 판매를 주업으로 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프리랜서 5년 차가 되었다. 지금 나는 사회경력이 20년 가까이 되며 경영컨설턴트 경력이 10년이 넘는 경영학 박사이다.


이런 내가 요즘 가장 부러운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 첫째이다.


첫째는 3일 뒤에 여름방학을 한다고 들떠있는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이다. 이런 어린이의 어떤 면이 부러운가?


우선 이 녀석은 재미있는 것에 빠져있다. 방과후 학교에서 배우는 배드민턴, 한자, 바둑 모두 재미있단다. 셋 모두 아직 실력을 논할 정도가 아니다.


야외에서 배드민턴을 같이 쳐보면 5번에 2번은 공을 치지 못하고 치는 3번 중에 2번은 엉뚱한 방향으로 친다. 바둑은 내가 아예 문외한이라서 가늠을 할 수 없지만 조금 수를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한자는 이제 100자 정도 읽고 쓴다.


막 초등학교를 들어가던 4개월 전에는 이 모든 걸 하나도 못 하던 아이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취이다. 아이는 성취감이 주는 기쁨을 안다. 칭찬받기 위해, 다른 아이들보다 잘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 시키지 않은 숙제를 스스로 한다.


글 서두에 언급했듯 공부를 잘하는 편인 나도 이렇게까지 재미있게 공부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스스로 즐겁게 공부하면서 실력이 늘어가는 재미를 알아버린 아이가 부럽다.


또한 이 아이는 저녁 9시 반쯤에 곯아떨어져서 아침 6시 반쯤에 깰 때까지 곤히 잠을 잔다. 학교에 8시 25분쯤 등교를 하면 집에는 오후 6시 반쯤 줄넘기 학원차를 타고 돌아온다. 친구들과의 학교생활, 형 누나들과의 학원생활 모두 즐겁게 하고 와서는 저녁을 먹고 씻고는 이부자리에 눕는다. 뒹굴뒹굴 장난을 좀 치다가 좀 조용하다 싶으면 어느새 꿈나라에 가있다.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지 밤에 최소 3번은 넘게 깨는 나와는 다르게 이 녀석은 한 번도 깨지 않는다. 하루를 온전히 불태운 사람은 푹 잘 잔다는데 곤히 자는 아이를 보면서 나 스스로 오늘을 열정적으로 살았는지 되돌아본다. 우리 첫째처럼 살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이 지금의 내 숙제이다.


앞으로 백세시대를 의미 있게 살아가려면 무언가에 빠져서 배우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못하던 것을 조금씩 잘하게 되면서 얻는 자존감도 살아가는 즐거움이 된다. 먹고사는 것을 넘어서 재미를 불러일으킬 무언가를 찾으면 아이와 같이 몰입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내 아들은 가지고 있는 것, 어른은 잃은 지 오래지만 아이들은 가지고 있는 바로 그 순수한 재미를 찾는데 올여름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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