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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은 May 15. 2021

목적지가 어디신가요?

                                                                                                                                                                                                                                                                                                                                                                                                                                                                                                                       

이른 아침 치매 교육을 받기 위해 집을 나섰다.


몇 달 전, 어렵게 신청해 놓은 교육이었다. 


아이들 아침과 점심을 차려 놓고 1시간마다 오는 버스 배차 간격에 맞추기 위해 부리나케 뛰었다.


초보운전에 길치라 차를 놓고 가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1시간마다 오는 버스만 잘 타면 목적지까지 잘 갈 거라 생각했다.


행여나 놓칠까 봐 몇 번이나 앱으로 버스가 어디까지 왔나 살폈다.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10분 정도 거리였지만 30분 전에 집을 나서서 엘리베이터,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다.



헝클어진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청바지에 티 그리고 크로스 가방, 운동화까지 내 준비는 5분이면 끝이었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 다른 사람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나 자신이 창피했다.


늘 집과 직장만 자차로 다녔던 터라 차 안에서 화장하고, 똥 머리로 올리면 끝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장을 곱게 차려입고 긴 생머리를 한 젊은 사회 초년생, 두꺼운 전공 책을 들고 있는 대학생, 차분해 보이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와는 비교가 되었다.


뭔가 바빠 보이지만 막상 내 인생의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고 달려가는 사람처럼 말이다.






목적지가 어딘가요?





순간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


목매달며 직장 18년을 다녔지만 내 인생 앞으로는 무엇을 해야 하지?


나는 왜 여유가 없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정류장에 비친 불투명한 유리판 사이로 보인 내 모습을 보면서 긴 한숨을 쉬었다.


열심히 살긴 살았는데..


열정, 오기, 끈기로 견뎠는데..


뭔가 초라한 내 모습을 보았다.






초라한  이유는?






중년의 삶이 조금은 여유롭기를 기대해 본다.


목매달며 살지 않기를..


그리고 나 자신을 점검하면서 어제보다 더 발전하기를..


꽉 찬 버스 안에서 나는 궁금했다.


이 사람들이 향하는 목적지는 어디일까?


그들에게 삶의 목적지가 어디일까?


직장을 퇴사하면 뭔가 도태된다는 기분, 하루를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해야 된다는 고정관념으로 나 자신을 혹사시켰다.


중년, 괜찮다..


고생했다..


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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