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치매 교육을 받기 위해 집을 나섰다.
몇 달 전, 어렵게 신청해 놓은 교육이었다.
아이들 아침과 점심을 차려 놓고 1시간마다 오는 버스 배차 간격에 맞추기 위해 부리나케 뛰었다.
초보운전에 길치라 차를 놓고 가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1시간마다 오는 버스만 잘 타면 목적지까지 잘 갈 거라 생각했다.
행여나 놓칠까 봐 몇 번이나 앱으로 버스가 어디까지 왔나 살폈다.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10분 정도 거리였지만 30분 전에 집을 나서서 엘리베이터,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다.
헝클어진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청바지에 티 그리고 크로스 가방, 운동화까지 내 준비는 5분이면 끝이었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 다른 사람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나 자신이 창피했다.
늘 집과 직장만 자차로 다녔던 터라 차 안에서 화장하고, 똥 머리로 올리면 끝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장을 곱게 차려입고 긴 생머리를 한 젊은 사회 초년생, 두꺼운 전공 책을 들고 있는 대학생, 차분해 보이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와는 비교가 되었다.
뭔가 바빠 보이지만 막상 내 인생의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고 달려가는 사람처럼 말이다.
목적지가 어딘가요?
순간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
목매달며 직장 18년을 다녔지만 내 인생 앞으로는 무엇을 해야 하지?
나는 왜 여유가 없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정류장에 비친 불투명한 유리판 사이로 보인 내 모습을 보면서 긴 한숨을 쉬었다.
열심히 살긴 살았는데..
열정, 오기, 끈기로 견뎠는데..
뭔가 초라한 내 모습을 보았다.
초라한 이유는?
중년의 삶이 조금은 여유롭기를 기대해 본다.
목매달며 살지 않기를..
그리고 나 자신을 점검하면서 어제보다 더 발전하기를..
꽉 찬 버스 안에서 나는 궁금했다.
이 사람들이 향하는 목적지는 어디일까?
그들에게 삶의 목적지가 어디일까?
직장을 퇴사하면 뭔가 도태된다는 기분, 하루를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해야 된다는 고정관념으로 나 자신을 혹사시켰다.
중년, 괜찮다..
고생했다..
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