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과를 졸업 후 간호사로 18년을 일했다.
온갖 경험을 했고, 보람과 회의감이 교차했다.
최근에 다녔던 직장은 노인 재가 센터였다.
그곳에는 과거 ceo였던 사람도 있었고, 건물을 몇 채 가지고 있는 부자도 있었다.
현재는 치매에 걸려 과거에 기억만 되풀이했다.
삶이 무의미하다며 한탄하는 분들, 인생의 조언을 해주는 분들, 공격적인 분들, 웃음이 끊이지 않는 분들을 만났다.
그들의 삶을 보면서 미래의 나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공평한 건 죽음이기에..
과거 임상에서 일하면서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많이 지켜봤다.
응급실이라는 급박한 곳에서 일하면서 마음 아픈 일들이 많았다.
그 당시 나는 맥주를 참 좋아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질 않을 정도로 말이다.
몸이 힘들기도 했지만, 정신적으로 힘든 게 더 컸다.
간호학과를 택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도 했지만 딱히 다른 분야를 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사회복지학과에 편입도 했지만, 그 분야도 만만치 않은 듯 보였다.
직장생활이 다 비슷비슷 하지..
이런 생각으로 18년을 직장생활을 하며 버텼다.
직장인들은 누구나 큰 배에 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장이 지시하는 대로 각자의 일을 하면서 말이다.
나 역시 큰 배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답답한 마음에 바람을 쐬기 위해 갑판 위에 올라간 순간 넓은 바다가 보였다.
그리고 배가 조금씩 기울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 여기서 빠져나가?
아님 계속 있어? 고민했다.
나는 구명조끼를 입고 큰 배에서 뛰어내리자..라고 결심했다.
지금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구명조끼에 의지한 채 떠있다.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직장에서 뛰어내려? 계속 있어?
큰 배에 타고 있는 게 안전하다는 생각에 나 역시도 버텼던 지나날이었다.
직장 안에 갇혀서 답답한 마음에 갑판 위에 올라서 보니 이제야 넓은 세상이 보였다.
그리고 나는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물론 죽음을 각오하고서 말이다.
앞으로 나는 다른 배에 구조될 것인가?
혼자서 구명조끼를 입고 헤엄쳐 나갈 것인가?
아니면 지쳐서 가라앉아 버릴 것인가?
내 아는 지인은 안정된 직장을 찾아 교육공무원에 합격했다.
하루하루 일이 고됬고, 많은 일처리를 하다 보니 번아웃이 되었다.
휴가를 내고 며칠 쉬기도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렵게 공무원 공부까지 합격했는데, 지금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과연 버티는 게 맞을까?
아니면 버리는 게 맞을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여기에 계속 머물러?
아님 지금이라도 다른 길로 가야 하나?
나 역시 18년 동안 똑같은 고민만 하다 안정된 직장에 머무는 삶을 택했다.
그 삶이 싫었던 건 결코 아니지만 이제야 큰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가 기우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기울기 때문에 알아채기가 쉽지 않지만 말이다.
기우는 걸 알면서도 머물러야만 하는가?
라는 고민을 했고, 나는 과감하게 뛰어내리는 걸 선택했다.
물론 구명조끼를 입고서 말이다.
그다음은 지금 나의 훗날 책에서 기록할 것이다.
사실 퇴사를 결심했을 때 고민이 많았다.
첫 번째로 경제적인 부담감이었다.
나가야 하는 돈은 정해져 있는데 한 사람의 월급으로 감당하기엔 어렵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기에도 부담감이 크다.
둘째로는 이만한 직장이 없으면 어떡하지?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난다는 게 두려웠다.
셋째로는 자신감 부족이었다.
내가 뭐 잘난 것도 없는데 나를 뽑아 주는 곳이 있으려나?
그런 고민으로 퇴사를 미루기도 했지만, 나는 더 이상 기울어진 배에 남기가 두려웠다.
그리고 답답했다.
변화하지 않는 조직과, 따르기만 하라는 독단적인 선장과, 기계적인 분위기의 동료들을 보면서 회의감이 든 것이다.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마찬가지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든 순간 나는 바다로 뛰어내렸다.
사직서를 쓰고 집으로 오는 날, 나는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될까?
약간 초조하기도 했다.
그렇게 지금 하루 이틀 한 달이 된 순간 나는 제2의 인생 준비를 하는 중이다.
못썼던 책들도 쓰고 있고, 읽고 싶었던 책들도 읽으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해 간식 만들어 주는 엄마가 되었다.
유튜브를 보면서 따라한 닭꼬치, 달걀밥, 스콘 만들기는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되었다.
구명조끼를 입고 지금은 바다에서 방황하는 중이지만, 나는 앞으로 헤엄쳐 나갈 준비를 하는 중이다.
지치지 않고 혼자서 육지로 헤엄쳐 가기 위해서 나의 에너지를 비축 중이다.
퇴사 후 나의 삶이 조금은 더 발전될 거라는 작은 희망을 안고서 말이다.
오늘도 나는 내 삶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