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 중 한 명은 자신감 있는 사람이다.
나 역시 간호사가 돼서 응급실이라는 곳에서 프로로 인정받은 후부터는 자신감이 가득 찼다.
일 잘하는 간호사..라는 평판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이런 자신감은 결혼 후 육아를 하면서부터 사라졌다.
자신만만하던 자신감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초라한 내 모습만 보였다.
과거 일했던 후배들은 이런 나를 보면서 과거의 내가 아니라며 웃었다.
달라졌어요.. 선생님..
기억나요?
선생님이 출근하면 우리가 무서워서 피했는데..
하하하.. 그때의 기억이 나서 웃는다.
그래, 한때는 내가 정말 잘난 줄 알았지..
근데 지금의 나는 오라는 곳도, 갈 수 있는 곳도 없다.
하루 종일 육아에 시달리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내 인생 왜 이러지?
이렇게 늙어가는 거야?
갑자기 우울감이 밀려왔다.
아이를 맡기고 일을 했지만 과거의 나의 당당했던 자신감은 없었다.
면접 보러 가는 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이랬다.
머리카락은 듬성듬성 빠져있고, 푸석푸석한 모발과 피부에 주름이 한가득이다.
옷은 아가씨 때 입었던 정장을 겨우 끼워 맞춰봤지만 뱃살에 밀려 훅이 떨어져 나갔다.
신발은 힐을 신을 수 없을 정도로 퉁퉁 부어있고, 겨우 끼어 넣어봤지만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단정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가는 게 나을 거 같다.
면접을 본 순간 과거의 당당한 내 모습과 달리 아이가 있어서 3교대는 안되고요, 오후 근무도 안되고요, 최대한 시간이 짧았으면 좋겠습니다.
부탁조로 말했다.
내 조건을 맞는 곳을 찾기도 힘들었다.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일을 해야 하는데 간호사의 특성상 대부분 그러지 않았다.
겨우겨우 일을 한다고 해도 직장 내에서 눈치 작전이 펼쳐졌다.
응급실에서 일했었대..(소곤소곤)
인계를 주는 간호사는 나를 경계하듯 말을 했다.
병원 생활해봤으니 잘 아시겠죠?
기본적인 것만 말할게요..라고 시작해서 뭔가 알려주기 싫은 말투였다.
아이를 맡기고 출근은 했는데..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견딜 수 있을까?
한때는 나도 책임 간호사였는데..
지금의 나는 가장 아래에서 액팅 업무를 하고 있으니..
자기들 만의 틀 안에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이왕 하기로 한 거 이 악물고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서 그들의 틀 안에 들어갈 때쯤 나는 몇 번의 이직을 했다.
똑같은 조직문화, 변하지 않은 간호사의 태움, 그리고 새로운 배움이 필요했기에 과감히 옮겼다.
막내가 3살이 될 무렵에는 나는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했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더 이상 자존감이 무너지는 나 자신을 그대로 방치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과거의 나를 더 이상 그리워하고 싶지 않았다.
뭐 남들은 대학원도 가고 유학도 가고 대단한 결심을 하기도 했지만, 나의 환경에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독박 육아가 잦기도 했고, 아이 셋을 키우며 직장 생활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글쓰기라고 생각했다.
혼자만의 시간에 독서를 하고 글쓰기를 하면서 나의 내면을 성장시켰다.
아줌마가 되고 나니 자신감은 없고 나의 자존감은 바닥을 쳤으며 나 자신이 초라하기만 했다.
그러나 나는 자신감이 없으면 어때?
나는 열정과 오기는 남들보다 뛰어나다.
그렇게 새벽 5시 기상을 하며 노트북 앞에서 글을 썼고, 오기로 직장에서 버텼다.
여자들의 집단은 늘 뒷말이 끊이질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이 있다.
너나 잘하라고..
그렇게 오기로 버티고 열정으로 실행했더니 18년 차의 직장인으로 퇴사했고, 책을 출판했다.
아직은 한참 부족한 사람이지만 나는 앞으로도 열정과 오기로 살기로 했다.
남들처럼 잘난 백도 없고, 외모나 몸매는 명함을 내밀 수도 없고, 지식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라서 자신감은 늘 바닥이다.
그래도 나는 나 스스로에게 말한다.
열정과 오기는 뛰어나다고..
한번 다짐하면 꼭 하는 나의 열정을 조금 자랑하고 싶다.
우선 독서가 습관이 되었다.
나의 다이어리 달력에는 내가 읽은 책들 제목을 적어놨다.
일주일에 한 권씩 읽기라는 목표를 실천했다.
두 번째로 나는 원래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내가 자전거를 배울 거야..라고 했을 때 우리 아이들이 엄마, 안돼요..
넘어져요..
그렇게 이틀 동안 넘어지고 멍들고 바지가 찢어지며 아이들은 창피하다고 피하기까지 했지만 나는 자전거 타기를 성공했다.
세 번째로 새벽에 일어나서 글쓰기를 했다.
누군가에게 알리고 자랑하는 글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나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물론 책 출간이 되면 좋겠지만 꼭 그게 아니더라도 나는 노트북에 기록을 하는 중이다.
sns에 올리고 홍보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보여주기 위한 삶을 지양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들 교육을 직접 담당한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독서교육을 직접 했다.
하루에 3권 책 읽기를 실천했고 아이들 세명을 키우면서 책을 직접 읽어줬다.
나는 그 누구보다 열정 오기로 사는 아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