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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은 Oct 23. 2021

육아- 힘들지만 이왕 할 거라면

-눈 떠보니 아이 셋 엄마

독신이었던 내가 결혼을 왜 했을까?

내가 잘할게.. 행복하게 해 줄게.. 나만 믿어..

이런 고질적인 단어에 넘어간 게 아닐까?

신혼여행 때 우린 다짐했다.

딱 둘만 낳아서 잘 키우자고..

15평 관사에서 생활했던 터라 하루빨리 내 집을 마련하고자 맞벌이를 시작했다.

돌도 안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며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내가 왜 결혼을 했을까?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연년생 둘을 키우며 정신없이 살았다.

어느 날 출근을 하려는데 고열과 구토 증상이 시작되었다.

간신히 병원 출근을 해서 수액을 맞고 약을 처방받았다.

당시 내과 과장은 혹시 임신 가능성 있는 거 아니지?

라고 물었다.

이미 내 몸에 들어간 항생제와 각종 약들 때문이었다.

절대 아니에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도 열이 떨어지지 않자, 내과 과장은 혹시 모르니 임신 테스트를 해보자고 했다.

나는 아니라니깐요.. 급구 부인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라며 검사를 했고 내 뱃속엔 셋째가 있었다.

아뿔싸..

세 아이의 엄마라니..

그날 내과 의사는 당황하며 어떡하나..

오늘 맞은 항생제가 태아한테 영향을 줄텐데..

라며 걱정했고, 나는 걱정 마세요..

제 책임인 거죠.

그렇게 임신 9개월까지 직장생활을 했고, 세명의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육아를 해본 맘들은 알 것이다.

둘과 셋의 차이를...

육아휴직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집에서 아이 셋을 키우며 1년의 시간을 보냈고, 노산 탓에 회복도 더뎠다.

아이 둘 챙겨서 유치원 보내고 집에 와서 셋째를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이게 산후 우울증인가?

마냥 예쁘기도 했지만 집에서 아이만 보는 내 인생이 너무 외로웠다.

친정은 멀리 있기도 하고 시댁은 일하느라 바쁘고, 신랑이 군인인 탓에 늘 떠돌이 생활만 하다 보니 주위 아는 사람도 없었다.

외로움에 미쳐 산후 우울증이라는 걸 겪으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나`라는 사람은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걸..

육아를 하는 게 체질에 맞지 않다는 걸..

돌아서면 아이들 밥, 간식을 하고 청소며 집안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게 힘들었다.

신랑이라도 빨리 오면 저녁에 산책이라도 나갈 텐데..

늘 밤늦게서야 퇴근했고, 몇 개 되지 않는 반찬을 꺼내면서는 괜스레 미안함 마음이 들었다.

하루 종일 전쟁을 치른 건 나였지만 집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죄인이었다.

달걀프라이를 해서 늦은 저녁까지 챙겨주고 나면 그제야 내 시간이 생겼다.

많은 시간이 아니고 잠시라고 숨 쉴 시간 말이다.

우울한 생각과 우울한 걱정과 우울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서 밤늦은 시간에 관사 밖을 돌았다.

유일한 나의 힐링 시간이랄까?

사람도 없고 고요한 적막만이 감도는 이 시간이 좋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정말 힘든 시간이지만 딱 한 가지만 좋은 생각을 하자고..

육아하는 긴 시간 동안 나는 혼자서 모든 걸 했다.

반찬도 아이들 잠잘 때 했고, 주말도 독박 육아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했고, 돈도 벌어야 했기에 직장생활까지 했다.

누군가는 나를 보며 너무 힘들게 살지는 말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딱 한 가지 좋은 생각으로 버텼다.

육아... 힘들지만 참을성을 키워줬다고..

소소한 일상의 감사함을 알게 되었다고...

엄마의 역할에 대해 배우는 중이라고..

몇 년이 흐른 지금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해서 더 이상 엄마의 손길이 필요가 없다.

혼자서 밥도 해먹을 나이가 됐으니 말이다.

돌이켜 보니 엄마.. 엄마.. 하며 울고 떼쓸 때가 좋았다는 걸..

그때 비로소 엄마의 존재감이 컸다는 걸 나는 알게 되었다.

어쩌면 가장 전쟁 같은 육아의 고난기가 행복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러니 힘든 육아의 시간을 보낸 엄마들에게 말하고 싶다.

하루에 딱 한 가지만 좋은 생각을 하자고..

이왕 해내야 하는 엄마의 역할이라면 웃으면서 견뎌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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