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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은 Oct 23. 2021

육아- 힘들지만 이왕 할 거라면

-석양만 보면 눈물이 나는 이유


우리는 살면서 앞만 보고 뛰다가 지치고, 아래만 보며 좌절하는 경우가 있다.

주위를 보면 나보다 잘난 사람들밖에 없다.

뒤를 돌아볼 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린 나 역시도 늘 노력에 비해 이룬 성과는 없었다.

그래서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학창 시절 친구는 운 좋게 대기업 입사를 했고, 승진도 승승장구했다.

시댁의 도움으로 육아는 신경을 안 써도 될 정도였고 직장에 목매며 지금은 부장이 되었다.

그런 친구와 비교가 돼서 나 자신이 초라했다.

시댁에서 육아뿐 아니라 반찬까지 다 해줬다.

친구는 직장만 열심히 다니면 되었기에 결국은 운 좋게 부장이라는 자리까지 차지했다.

그 친구는 부서 직원들과 회식도 자주 하고 운동도 1:1 트레이닝을 받고 외제차를 타며 멋진 커피 우먼이 되었다.

반면 나는 아이 봐줄 사람이 없어서 어린이집에 제일 먼저 맡기고 가장 나중에 찾았다.

감기는 늘 달고 살았고, 열이 난다는 전화에 해열제로 버티게 했다.

퇴근 후 아이를 찾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새벽이 되었고, 그렇게 악착같이 버텼건만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똑같은 하루를 살지 않겠어.. 라며 이 악물고 새벽부터 쓴 책들은 나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했지만 남과 비교하는 삶의 습관을 단절시켰다.

오늘도 친구는 여유롭게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을 사서 회사로 출근해서 모든 사람의 인사를 받지만 나는 똥머리를 하고 헐레벌떡 병원에 출근해서 죽을 듯이 일하다 집으로 온다.

돌아오는 길에 지는 석양을 보면서 그만 울컥 눈물이 났다.

나.. 지금 열심히 잘 살고 있는 거 맞냐고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이들 반찬 재료도 사야 하고 준비물도 사가야 하는데..

바쁜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건 해지는 석양이었다.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답답한 마음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땀범벅이 된 내 옷과 축축한 양말에 내 인생의 초라함이 느껴졌다.

누굴 위해 이렇게 달리고 달리는지..

출근하며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로 하루를 시작한다던 친구의 일상과 비교하는 내 자심이 한심스럽지만 오늘은 왠지 그런 친구가 부럽기만 했다.

같은 엄마지만 다른 환경, 그리고 능력 있는 카레 우먼..

나도 한때는 멋진 간호사가 꿈이었다.

간호과장, 간호부장의 한자리를 차지해서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했다.

막상 현실에 파묻히다 보니 나는 늘 아부해야 오를 수 있는 그 자리에 낄 수가 없었다.

눈치 보며 퇴근도 먼저 해야 했고, 주말에도 어울릴 수 없었다.

자연스레 아부파가 승진하는 구조를 보면서 단념했다.

썩어빠진 조직문화에 물들지 않겠다며 당당히 내 일만 했다.

오늘도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나도 참 괜찮은 사람인데...라고 생각했다.

실컷 울고 나니 내 인생에서 나는 그들보다 더 잘난 게 보였다.

열정과 오기 끈기만은 내가 더 앞선다는 걸..

결코 남들이 하지 못하는 길을 나는 하고 있다는 걸..

그러니 나는 잘하고 있는 거라고...

외면의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나는 지는 석양을 보며 다짐했다.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겠다고...

나는 나로서 소중한 존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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