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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은 Oct 23. 2021

육아- 힘들지만 이왕 할 거라면

-챙겨야 할 사람은 많은데 나를 챙겨주는 사람은 없네

   

늘 아이 셋을 신경 쓰고 신랑의 내조를 하고 시댁을 챙기고 친정에 전화를 하며 안부를 묻다 보면 나도 누군가가 나를 챙겨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소풍 가는 아이들의 김밥을 싸면서 배고픈 아이들의 간식을 챙기면서 신랑의 반찬을 만들면서 호출 오는 시댁에 가면서 연로하신 부모님의 안부를 물으면서 한 번씩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역할, 아내의 역할, 며느리의 역할, 딸의 역할을 하다 보면 모든 게 서툴고 어렵다.

소풍 가는 날 아이는 옆구리 터진 김밥을 먹으며 옆 친구랑 비교가 될 것이고 늘 비슷한 반찬만 해주는 신랑에게는 부족한 아내가 될 것이고 시댁의 호출에 마냥 다 갈 순 없어서 거절하는 나는 못된 며느리가 될 것이고 연로하신 부모님께 찾아가지 못하는 건 불효가 될 터이니 말이다.

사실 다 잘할 수는 없는 게 사람인지라 나는 부족한 나를 많이 인정하려고 한다.

아이 셋 키우면서 워킹맘 해봤어?

새벽 5시 기상해봤어?

자기 계발을 위해 책 써봤어?

나는 다 해봤어...

그러니 나는 대단한 사람이야..

이렇게 나는 나를 위로한다.

그런데 나의 솔직한 마음 한편에는 나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

아니 나도 누군가가 챙겨주고 위로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눈에는 엄마는 늘 바쁜 사람, 남편의 눈에는 열심히 사는 아내, 시댁의 눈에는 악착같은 며느리, 친정의 눈에는 안쓰러운 딸로 비치지 않을까?

한 번씩 나도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그리울 때가 있다.

사람은 외로운 동물이라는 말이 맞다.

낙엽 떨어지는 가을이라서 외로운 게 아니라 그냥 외로운 날들의 집합체다.

주위에 누군가가 있고 없어서 외로운 게 아니라 그냥 외로울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도 누군가의 위로와 공감을 받고 싶다.

바쁜 신랑에게 커피숍에 가자고 했더니 웃으며 집에서 타 먹으라고 한다.

그런 신랑에게 섭섭함에 요즘 외로워..라고 말하고 싶지만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가장 내편이어야 하는 사람에게도 내 속마음을 비춰낼 수가 없다니...

오늘도 누군가의 따뜻한 미소와 온정이 그립다.

집 앞 벤치에 앉아 텀블러에 커피 한잔과 책 한 권을 읽으며 마냥 뛰노는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이 시간이 너무 좋아서 일어날 수가 없다.

그때 알았다.

내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음을..

쉼표가 없어서 지쳐있음을..

그래서 내 마음이 공허했음을...

하루 한 번이라도 나는 벤치에 앉아 커피 마실 여유를 즐기려 한다.

오로지 혼자서 말이다.

밝은 햇살 아래에서 나는 위로를 받는 중이다.

오늘도 쓴 아메리카노와 책 한 권으로 위로를 받았다.

내가 미처 몰랐던 건 누군가를 통해서만 받아야 한다는 그 따뜻한 위로는 자연과 책 커피를 통해서도 충분했다.

요즘 나는 집 앞 벤치에서 햇살을 쬐며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바쁘게 사는 사람들을 눈에 담으며 나만의 여유로 위로받는 중이다.

오늘도 한 가지 나는 깨달았다.

나를 위로해주고 나를 안아주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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