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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은 Oct 23. 2021

육아- 힘들지만 이왕 할 거라면

-남의 편과 대화가 안되네

   

결혼 전과 후가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결혼하기 위한 꼼수였을까?

이렇게 대화가 안 되는 남편과 내가 왜 결혼했지?

나이를 먹을수록 남의 편은 고지식 먹통 고집불통이 되어 가고 있다.

냉장고 문을 열며 왜 이거 샀는데? 잔소리하고,`아빠` 하며 달려온 아이들에게 가서 공부해..라고 잔소리하고, 재활용 쓰레기 버려달라는 부탁에 오히려 나에게 운동삼아 버리고 와..

야식 먹는다며 이것저것 빼놓고선 설거지 거리만 만드는 남의 편이 밉다.

너는 나를 도와주는 거니?

나를 괴롭히는 거니?

오늘도 나는 대화 안 되는 신랑에게 내 말 좀 들어봐.. 라며 잔소리를 해댔다.

저녁 먹고 나서 야식까지 먹으니 배가 나오지..

그리고 운동삼아 재활용 좀 버려주는 자상한 남편이 되는 게 어때..

아이들과 함께 축구도 하고 자전거도 타면 얼마나 좋아...

내가 알아서 필요한 물건만 사니깐 상관하지 말고..

이렇게 잔소리해보지만 남의 편은 오늘도 내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결혼 전에는 뭐 먹고 싶어? 산책할까? 분위기 좋은 커피숍 가자.. 라며 나를 꼬시더니 지금은 자기 먹고 싶은 게 1순위고 산책은 혼자 가는 게 일상이고 커피는 집에서 타 먹어라.로 바뀌었다.

오늘도 식탁 위에 놓아둔 치즈빵과 바나나를 혼자서 먹어버렸다.

사실 큰아들 간식이었는데 말이다.

차마 말은 못 했지만 이런 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 들 거 간식 뺏어먹기 일쑤고, 냉장고에 사둔 아이스크림도 몇 개씩 먹었다.

아이들 간식거리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본인도 좋아한다며 먹는 남의 편이다.

자기가 벌어온 돈으로 샀으니 자기도 먹어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저녁밥을 두 공기씩 먹고도 아이들 간식을 탐을 내는 게 꼴불견일 때가 있다.

설거지를 하면 빨래라도 개 주던가 아이들과 이야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오늘도 아이스크림 하나를 입에 물고 있다.

나는 아이들 주려고 아껴두고 남겨둔 건데 어쩜 이리 속이 없는지...

아이들 공부 좀 봐주라고 하면 이런 건 엄마가 하는 거야...

준비물 좀 사 오라고 하면 이런 건 엄마가 사는 거야..

나는 오늘도 큰아들 한 명을 키우는 중이다.

엄청 비가 많이 오는 어느 날, 끙끙 대며 쓰레기를 버리며 엘리베이터를 눌렀는데 다들 남편들이 박스며, 플라스틱을 한가득 들고 있었다.

나는 비를 맞으며 쓰레기를 버리고 집에 와서 신랑에게 다른 집 남편들 좀 보라며 언성을 높였다.

그랬더니 에이.. 남과 비교하면 안 되지..

그 집은 와이프가 잘해주나 보지..

라며 이상한 미소를 짓는다.

순간 내가 못해준 게 뭐 있는데?

에이.. 내 입으로 말해야 하나?

참,,, 얄밉다.

오늘도 나는 박스 2개를 들고 쓰레기 장으로 향했다.

모르는 아저씨가 무거워 보인다며 들어준 경우도 있었고, 경비 아저씨가 도와준 적도 있었다.

어쩌면 남의 편보단 남이 더 나을 때도 있다.

그렇게 오늘도 남의 편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 집안일을 하는 중이다.

불만이 없다면 거짓이지만, 장난기 많은 큰아들 때문에 웃음으로 마무리 짓는다.

가장의 역할이 얼마나 무거운지, 그만두고 싶은 직장을 견디며 버티는 중인지 내가 잘 알기 때문이다.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남의 편이기에 오늘도 나는 묵언 수행 중이다.

너도 힘들지? 내가 잔소리는 해도 나는 당신 속 마음 다 알아...

오늘도 나는 가장인 신랑의 속마음을 조금은 이해해주기로 했다.

가장의 책임감... 내가 다 안다...

많이 먹고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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